영국에 산 지 4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에서 살 때도 100% 한국인 마인드는 아니었는데 한국을 나와서 살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한국 정서들이 하나 둘 늘었다.
1. 남자 친구 부모님께 저자세일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는 결혼 자체가 가족 간의 대사라는 인식이 있어서 오래 사귀어 결혼이 전제된 사이에서는 남자 친구 부모님을 떠받들어야 되는 입장이 된다. 실제로 오래 사귄 주변 커플 중에 여자 쪽에서 남자 친구의 어머님으로부터 잔소리와 간섭을 듣는 경우를 봤다. 결혼 얘기가 오가는 사이에 예비 시어머니가 예비 며느리에게 자기아들 잘 났다고 눈치를 주는 경우, 손주를 낳은 며느리에게도 듣기 싫은 말은 하는 시어머니.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들 하더라도 어찌 된 일인지 내 주변에 결혼한 커플은 다들 시어머니 욕을 한다.
나 역시 한국에서 한국 남자와 연애를 했다면, 그런 사회 분위기를 거스르고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이제 내가 그런 압박에서 자유롭다 보니 남녀가 둘이 좋아서 하는 결혼에 왜 부모님이 갑질인지 이해 못할 바다.
시부모님께 예쁨 받는 며느리
장인 장모님께 예쁨 받는 사위
어느 문구가 더 익숙한가? 시부모님께 예쁨 받는 며느리가 더 널리 쓰이는 것 같다. 왜 며느리는 예쁨을 받아야 될까? 본인이 며느리로서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예쁨을 준다는 것은 윗사람인 시부모님과 아랫사람인 며느리의 평등하지 못한 관계를 보여준다. 사람대 사람으로서 대하면 되지, 저자세로 굽신거릴 필요는 없다. 며느리가 시가에 잘해야 된다는 프레임은 오래전부터 고부갈등을 야기해왔다. 며느리와 사위는 둘이 주체적으로 가정을 지키고 우선시해야 한결 평화로운 가정이 된다. 효도는 셀프로 안부전화도 셀프로 하는 걸 기본으로 섕각해야 며느리와 사위 모두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나는 남자 친구 부모님을 몇 번 봤고, 크리스마스나 생일 때 어머니와 선물도 주고받는 사이지만, 따로 어머니와 연락은 하지 않고 남자 친구 쪽을 통해서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주변에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를 보면, 시가에 가더라도 손님 대접을 받지, 의무적으로 설거지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은 없다. 사람대 사람으로서 도와줄 수는 있어도 며느리가 와서 시가에서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2. 직업과 직장의 중요성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6개월 하고 남자 친구 가족을 두 번째로 보게 됐다. 남자 친구 아버지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아버지는 누구나 들으면 아는 IT 글로벌 기업인 I사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한국 같았으면 연애 초반에 본인 부모님이 대기업에 다니면 자랑삼아 말을 했을 거 같은데 남자 친구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나 같아도 자랑하듯 슬쩍 이야기했을 텐데 말이다.
남자 친구의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듣고 종종 만나기도 하였다. 그중 한 친구가 고급 차 브랜드 R사에서 엔지니어링을 한다는 걸,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 이야기하다 알 게 되었다. 데이트한 지 일 년 반만이다.
우리나라는 누가 공무원인 것, 승무원인 것, 의사인 것, 대기업 직장인인 게 그 사람을 판단하는 큰 요소가 된다. 그래서 그것들이 대화 소재거리가 쉽게 되지만 영국에서는 덜 되는 듯싶다. 그렇게 영국에 있다 보니 누군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그 사람의 직업이 그 사람에 대하여 과하게 정의가 되는 것이 조금 어색해진다.
사람 사는 데 다양한 경우가 많고 절대적인 건 아니라 영국도 고부갈등이 있고,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더 그런 경향이나 성향에 대한 것이고 개인차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정서와 멀어지니 여러 가지로 한국에 돌아가면 살기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한국이 그립다. 마인드는 점점 한국스럽지 않아 지고, 영국에서도 영국인은 절대 못 되는데, 나는 앞으로 어떤 정체성을 갖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