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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순이 Oct 27. 2021

올림픽 공원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진짜 무궁화가 핀 건 아니었고요

 올림픽 공원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송파구청 블로그 글의 제목이었다. 올림픽 공원에 무궁화가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올림픽공원에서 무궁화를 보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 거 같았다. 무궁화의 개화 시기가 10월인가? 갸웃하며 글을 클릭하려다가, 작게 보이는 썸네일에 '아...'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요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하면 자연스레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할,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그 오징어 게임 속 영희의 동상이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 설치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은 나로서는 생각지 못했던 낚임 아닌 낚임이었다. 전 세계의 이곳저곳에 동상이 설치되었다고 들었는데, 올림픽 공원에까지 왔구나. 비록 오징어 게임은 못 봤지만 지나가다 구경이라도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을 본 적이 없는 나도 대충 목숨과 상금을 걸고 게임을 하는 내용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유가 궁금하면서도 좀처럼 볼 용기는 없기에(징그러운 걸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주워듣기만 한다.

 이미 시청한 나의 지인들은 각종 감상을 덧붙여가며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줬는데, 그중 신기했던 이야기는 해외 사람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애들(!)은 오징어 게임에서 등장하는 게임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흥미를 느낀다는 거였다. 의아했다.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게임들인데...... 예...? 그럼 저는 이제 더 이상 요즘 애들이 아닌 거고...? 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어렸을 때 집 앞 골목에서 친구들과 자주 하던 놀이다. 물론 좀 움직였다고 해서 목숨이 위험할 리 없고, 다만 술래 옆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누군가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이미 잡혀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새끼손가락을 끊을(!) 때의 그 쾌감이란...... 목숨이 걸려있지 않더라도 다들 전력으로 뛰었다.


 그러고 놀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동 가스(이 게임의 정확한 이름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오동 가스 가스 하며 뛰는 게임이었고, 그래서 그냥 오동 가스라고 불렀다.), 땅따먹기, 공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 등...... 유튜브는커녕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에 내가 대체 뭐하고 놀았었나 하고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다양한 놀이(게임이 아닌 놀이였다.)들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하며 놀았다.

 물론 하나같이 '다수'가 있어야 재미있는 놀이다. 구슬치기나 공기 같은 경우는 둘이서도 가능하지만, 그 외 야외의 공간을 이용하는 놀이는 여럿이 있어야 더 신나고 재미있다. 방과 후, 집 앞 골목으로 친구들을 부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누비고 전화를 해 친구들을 불러 모았던 일이 생각난다.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요즘같이 아이들도 각자의 스케줄이 다 달라, 좀처럼 한 자리에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는 때는 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 등 이미 너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은 시대에 굳이 몸을 써가며, 아날로그적으로 놀고 싶어 하지 않을 거 같고... 여러모로 그 놀이들을 직접 해보지 못 한 세대들에겐 흥미롭게 보일 것도 같다. (그런데 그 놀이들을 해보지 못 한 세대들이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는 이야기인거잖아요. 네...... 내 나이......)


 점심시간, 영희를 찾아 나섰다. 올림픽공원을 자주 드나들면서도 '88 잔디 광장'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서 지도를 검색해봤지만, 헛수고였고 대-충 돌아다니다 보면 나오겠거니 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애충 돌아다녀도 눈에 띌만한 곳에 영희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동상의 크기가 크지는 않았지만,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있었고(나 역시 찍었고), 지나가는 어르신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은 나도, 그게 오징어 게임의 BGM이란 걸 알 수 있는 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영희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었다. 내가 보내 준 사진을 본 남자 친구는 '총 맞을 수도 있으니 어서 자리를 떠라'라고 했지만, 오징어 게임을 보지 못한 내게는 그저 추억의 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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