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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순이 Apr 16. 2022

에세이 수업 가는 길

 오전 8시 30분,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새벽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잔 탓에 피곤하다.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 올린다.

 머리를 질끈 묶고, 욕실로 들어선다. 아침에는 머리를 감지 않는다. 30분 이상 말려야 겨우 마르기 때문이다(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밤새 건조해진 입술에 립밤을 바른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이후 로, 색조 화장은 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켜서 날씨를 확인하고, 반팔을 입어도 될지 고민한다. 기온별 옷차림을 검색하니 오늘은 얇은 카디건, 반팔 티, 면바지이다. 밤엔 추울 수도 있으니 얇은 긴팔 티에 재킷을 입 기로 한다. 옷을 고르고 입는 데까지 5분이면 충분하다. 옷장 속엔 조금씩 디자인이 다른 검 은색 상의와 바지, 청바지로 차있다. 아무거나 집어도 비슷하다.

 백팩에 아이패드와 충전기, 지난 원고들을 챙긴다. 에어팟, 이북 리더기와 종이책도 한 권 챙긴다. 지난주에 1+1으로 구입한 생수도 넣는다. 잠시 고민 후, 종이책은 도로 뺀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집 앞 커피빈을 간다. 평소 북적이는 이곳도 주말 오전에는 한산하다. 아이스 라테를 주문해 텀블러에 담고, 소파 자리에 앉는다. 책상이 높아, 창가 자리 로 옮겨 앉는다. 파란 하늘이 보이는 좋은 자리다.

 원고를 읽기 시작한다. 집에서 읽어도 되지만 일부러 카페에 간다. 나는 카페를, 특히 넓은 카페를 좋아한다. 눈치 보지 않고, 장시간 동안 전기와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이 좋다.

 내 원고 포함, 총 여섯 편의 원고가 있다. 지난밤, 두세 번씩 가볍게 읽었다면 이제는 코멘 트를 달 시간이다. '재미있다', '잘 읽었다' 이상의 섬세한 피드백을 하고 싶다. 기분 나쁠 수 있는 표현일지 여러 번 생 각해 본다. 지난주에 글쓴이가 받았던 피드백을 찾아 비교해 본다.

 '나라면 뭐라고 피드백 할까' 내 원고도 읽어보지만, 수정할 부분이 많아 그만둔다. 한창 원고를 읽다 보니 출발할 시간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고민을 하다가 잠실역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결석 중인 헬스장을 생각하 며, 웬만한 거리는 걷는다. 호기롭게 3+2개월을 등록했던 헬스장은 3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항상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빠진다.


 역으로 들어서며 가장 빠른 하차를 검색, 6-2로 가 선다. 잠시 후 지하철이 도착한다.

 주말 오전의 지하철은 한산하다. 가방을 책상 삼아 다시 원고를 읽는다. 바쁜 현대인의 삶 인 것 마냥, 뿌듯함이 차오른다. 넷플릭스를 보는 용도로만 쓰이던 아이패드도 제 역할을 찾 는다.

 아이패드를 집어넣고, 이북 리더기를 꺼낸다. 도착까지는 20분 넘게 남았다. 책을 읽기에 충분하다. 다운로드해 놓은 책 목록을 살핀다. 딱히 끌리는 게 없다. 무겁다는 이유로 집에 두 고 온 책이 생각난다. 에세이 수업에서 추천받아 구매한 '마이너 필링스', 아직 한 자도 읽지 못했다.

 슬그머니 이북 리더기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인스타그램을 속을 부유한다. 다음 달에 결혼하는 친구의 웨딩 사진, 혼술 하는 지인의 사진에 좋아요를 남발한다.

 킥킥대며 짤들을 저장하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다행히 아직 아현역이다. 인스타그램을 종 료하고, 음악을 듣는다. 목적지를 지나친 적이 많기 때문에 한두 정거장 전부터는 긴장한다.


 10시 45분. 알맞은 시간이다. 무사히 신촌역에 도착한다. 역 밖을 나서니 어느새 햇빛이 쨍 쨍하다. 수업 3주차임에도 아직은 낯선 길을 더듬더듬 걷는다. 5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이마에 살짝 땀이 맺힌다.

 ‘역시 얇은 카디건, 반팔 티 날씨였나?’

 수업 후, 우래옥에서 평양냉면을 먹어야지 생각하며 노고산동 107-111 번지로 들어선다.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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