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를 끊으라고요?

첫 재활치료를 돌아보며

by 홍시

홍시는 출생 시 저산소허혈성뇌병증으로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4주나 지고 나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추적검사는 계속되었고 베일리 검사 시 견인반응 때 고개가 쳐지긴 했지만 다른 부분은 그럭저럭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발달과정에도 앉거나 서는데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어찌어찌해 냈습니다. 배밀이를 오래 하고 네발기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체간 힘을 쓰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 시간이 지나고 알았습니다. 정기검진을 다니던 대학병원에서도 재활치료를 권유하지 않았기에 홍시는 지금 다니는 특수학교친구들 중에 제일 늦게 재활치료를 시작한 셈입니다.


4살 무렵 뇌전증이 재발되고 경련이 잡히지 않아 병원을 옮기던 중 발달지연으로 재활의학과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거의 2년 정도 지연된 상태였으나 아이를 하나만 키우다 보니 다 이런 거겠지 했지만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외면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4살 아이들을 보면 야무진 손으로 어찌나 말도 잘하는지 그때의 홍시모습이 겹쳐져 떠오릅니다. 직장에 다시 돌아간 후로 키워주시던 시어머니께서 다른 아이들하고 다르니 검사나 치료를 더 받아야 될 것 같다, 가정어린이집에서도 조금 느리니 아래학년 반에 1년 더 머물러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대학 병원에서 검사할 때 별말 없었는데 라며 넘겼었습니다. 지게에 진 무거운 젖은 솜 같은 종이 한 장의 발달지연 결과서를 들고 일일이 복지관에 전화를 하고, 홍시를 업고 마트 가는 길에 운명적으로 마주친 소. 아. 재. 활. 커다란 검정글씨. 무작정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감이 외래치료, 낮병동, 입원재활 등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퍼즐의 시작이었습니다.


15분 근처 거리의 복지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놀이치료와 언어치료를 시작하게 되었고 놀이치료선생님은 갓난아이 같이 키우고 있다며 홍시가 사용하던 빨대컵을 끊으라고 하였습니다. 홍시는 이유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었었는데, 입의 감각 예민으로 유아식으로 넘어갔을 때는 편식이 심하여 질긴 음식, 시각적으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은 물고 삼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반찬은 계란, 두부, 그리고 하루에 우유를 1리터 이상을 넘게 빨대컵으로 먹었습니다. 우유도 브랜드를 가려먹었고 두유도 좋아하는 브랜드 한 가지만 먹었습니다. 치료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선생님이 제시한 솔루션을 바로 시행했고 빨대컵을 입으로 대고 마시는 컵으로 바꾸어 담아주니 홍시는 우유자체를 거부하였습니다. 우유를 1리터 이상 먹이는 것, 고형식을 먹어야 하는데 액체류를 주로 먹는 식단에(시어머니의 양육방식) 반감이 있었던 터라 먹지 않으니 우유를 주지 않게 되었고 결국 물 이외에는 액체류를 마시지 않는 어린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빨대컵을 강제로 끊었어야 하나 생각해 봅니다. 재활치료선생님은 경험과 지식은 풍부하시지만 홍시의 생활 전반을 다 알고 계시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초짜 신입 엄마의 마음은 선생님의 말이 지켜야 하는 법이었고 꼭 읽고 수행해야 하는 교과서였습니다. 하루에 1리터씩 먹던 좋아하던 우유를 김유신이 말의 머리를 자른 것같이 딱 끊어낸 홍시도 참 고집 세다 생각도 하지만, 이제야 내가 너무 좋아했던 것을 타인이 강제로 끊어낼 때의 기분을 생각해 봅니다. 정상발달을 이유로 노리개 젖꼭지를 홍시 눈앞에서 잘랐던 일, 더운 날 힘들어하는데 체력 기른다고 억지로 걷게 했던 일, 흔들리며 무서운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던 일, 목놓아 울며 무서워했던 물리치료선생님에 억지로 들여보냈던 일들이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밥을 3000 공기쯤은 더 먹고 언니가 되었는데 아직도 홍시의 의견은 묻지 않고 마음대로 처리해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커가는 어린이의 모습은 보지 않고 엄마의 잣대로 가늠하고 품 안에 언제까지나 데리고 있기를 원하지요. 독립하기를 가장 원하면서 떨어지면 느끼는 불안한 마음, 하지만 점점 놓아야 함을 홍시의 말과 행동 속에 느낍니다. 치료실이라는 사각 공간보다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꿈꾸는 세상은 집, 학교, 마을, 사회라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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