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를 지켜라!
여치와 귀뚜라미 같은 곤충들이 무 싹을 몽땅 갉아먹는 바람에, 결국 농자재 마트에서 농약을 사다 조금 뿌렸다. 역시 괜히 농약을 쓰는 게 아니었다. 무 싹과 주변에 농약을 살짝 뿌려두니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곤충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무청도 한결 건강하게 잘 자라났다. 초보 농부로서는 꽤 뿌듯한 순간이었다. 물론 곤충을 죽이고 얻은 기쁨이라 마음 한켠이 무겁기도 하지만, 곤충들이야 그저 본능대로 살아가는 존재이니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괜히 내가 수차례 다른 데로 가라고 타일렀던 게 아니다.
귀뚜라미와 여치 가까이 다가가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데, 왜 그렇게 힘겹게 튀는지 이제야 알겠다. 다 살기 위해서였다. 예전에는 그냥 신기하다며 구경만 했는데, 막상 내 농작물을 갉아먹으니 보이는 족족 밟아 없애고 싶어졌다. 하지만 녀석들이 워낙 재빠르게 튀어올라 잘 밟을 수가 없다. 이 모든 게 다 생존 본능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잘도 먹고 튀는구나!)
올해 무 농사는 그럭저럭 잘 될 것 같다. 수확한 무로 김장철에는 깍두기와 치킨무를 맛있게 담가 먹을 생각이다. 물론 곤충들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휴전 상태일 뿐, 여전히 전투태세를 갖추고 눈 부릅뜨고 농작물을 지켜야 한다. 세상에 쉬운 건 단 한 개도 없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