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마당 계곡 정리 사업 돌입

잡초를 이기고 공간을 만들다

by 홍천밴드

아주 오랜만에 2촌 이야기다. 그동안은 늘 제과, 제빵에 대한 이야기만 줄줄 쓰다 보니 어느새 2촌에서 일어난 일은 소홀해졌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다.


홍천 집 마당과 계곡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단차가 있지만 계단이 없다 보니 바로 옆이지만 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다. 여름이 되면 엄청난 벌레와 잡초들이 자란다.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손을 대려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벌레와 잡초들이 죽어 그래도 손으로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래서 이번에 대대적인 계곡 정비 사업에 돌입했다.


인간의 손으로 정리되지 않은 땅에는 정말 많은 잡초가 자란다. 특히 가시가 달린, 거의 나무처럼 생긴 녀석들은 본인의 위력을 과시하듯 사방으로 퍼져 있다. 잘못 손으로 집어 뿌리를 뽑으려 하면 오히려 내 손이 당한다. 단단하고 두꺼운 장갑을 껴야 한다.


뿌리를 뽑다 보면 뿌리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줄기처럼 길게 이어져 있는 식물도 있다. 정말 대단한 생명력이다. 이런 놈들을 뿌리째 뽑고 싶지만 생각보다 힘이 세다. 전부 다 뿌리째 뽑으려고 하다간 내 허리가 먼저 작살 나서 다음 날 못 일어날 수도 있다. 몇 개 뽑다가 너무 힘들어 결국 가위로 대충 잘랐다. 이번에는 가위질 때문에 손가락이 아프다.


대충 땅이 보인다 싶으면 제초 매트를 깐다. 제초 매트를 깔아도 잡초는 자라지만, 매트 없이 두면 이놈들은 다시 뿌리를 내리고 엄청난 생명력을 보여준다. 제초 매트를 깔고 나면 그 위에 디귿자 모양 고정핀을 고무망치로 박는다. 이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딱 박으려고 망치를 두드리면 땡 하고 튕겨 나오며 더 이상 박히지 않는다. 땅에 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결국 고정핀을 조금 옮겨 돌이 없을 것 같은 자리를 다시 찾아 박는다. 그런데 돌 없는 곳을 찾는 게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땅속에는 돌이 있다. 고정핀 하나 박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에 쉬운 게 없다는 걸 제초 매트를 깔면서도 다시 느낀다. 제초 매트를 깔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엉덩이 의자는 필수다.


제초 매트를 다 깔고 나면 그 위에 야자 매트를 깐다. 야자 매트는 부피가 커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배송비가 더 나올 수도 있다. 홍천읍에는 꽤 여러 철물점이 있는데, 그중 부지도 크고 가격도 합리적인 곳이 있어 요즘은 거기서 물건을 많이 산다. 시골 쇼핑은 뭐니 뭐니 해도 건자재 마트다. 차 뒷트렁크에 들어가는 물건을 고르다 보니 가로폭이 2미터짜리는 부피가 너무 크다. 그래서 가로 1.2미터, 길이 5미터짜리 두 개를 샀더니 뒷트렁크에 딱 들어간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의 차가 대부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큰 차인 이유를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제초 매트 위에 직접 사 온 야자 매트를 깔아 보니 아주 예쁜 공간이 되었다. 땅 위에 검은 제초 매트만 있으면 어딘가 덜 완성된 느낌인데, 그 위에 야자 매트를 깔면 마치 모든 준비가 끝난 공간처럼 보인다. 아주 뿌듯하다. 아직 전부 다 깔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조금씩 아래 공간을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계곡을 어떻게 꾸밀지 생각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물론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 놓고 막상 내려가 즐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무성하던 잡초와 벌레들이 아마 꽤 많이 사라질 것 같아 기쁘다.


이게 바로 2촌 사는 맛이다.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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