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2024) 해석/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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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행사에서 CGV 티켓 두 장을 줘서 <인사이드 아웃 2> 개봉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개봉 하자마자 당일날 바로 보고 왔다. 보통 티켓 두 장씩 생기면 데이트 할 구실 생겼다고 기뻐하고 그러던데, 나는 그런 거 없고 혼자 영화 두 편 볼 사치를 누릴 생각에 내 나름대로 몹시 들떠 있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9년 전인 2015년에 나온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다. 주인공 라일리가 지나간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던 것이 전편이라면 2024년에 나온 속편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열세 살이 된 사춘기 라일리의 모습을 다룬다.
인사이드 아웃이 결국 감정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주제로는 사춘기라는 시기와 그 특유의 불안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또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 지 과도하게 신경쓰고 나의 신념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라는 것도 감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라일리가 열세 살이 되었다고 소개하면서 기쁨이가 하는 말에서 문화적 맥락을 볼 수 있는데, 이때 대사가 ¨Riley is officially a teenager now!¨이다.
영어 발화권 문화에서 소위 말하는 청소년, 즉 ¨Teenager¨는 13살 부터이다. 10살은 Ten, 11살은 Eleven, 12살까지 Twelve인데 13살부터 Thirteen이기 때문에 마침내 teenager로 쳐준다고.
또 불안이가 본부의 감정들을 병에 가둬버리는 부분에서도 기쁨이와 소심이 대사가 각각 “You can’t just bottle us up!”/ “We’re suppressed emotions!” 인데, 관용 표현으로 “Bottle up one’s feelings” 라고 하면 ‘감정을 억제하다’라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 장면은 라일리가 불안을 느끼면서 감정을 억제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 된다.
이 캐릭터는 2편에서 새로 온 감정 중 “nostalgia”, “향수”인데 본부 지하에 있다가 그리운 순간이 있을 때마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모양. 그때마다 다른 감정들이 잘 달래서 들어가라고 하는 장면도 개그 포인트라면 포인트다.
자세히 보면 캐릭터가 쓰고 있는 색안경을 볼 수가 있는데, 렌즈 색이 분홍색이다. 이또한 흔한 문화적 표현을 반영한 것으로 “Rose coloured glasses(분홍색 안경)”라는 표현은 낙관적 견해, 미화된 시각을 의미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자주 사건을 미화하고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회상한다는 점을 반영하면 꽤 세심한 연출이다.
하키가 가지는 의미 자체도 흥미로웠다. 상징적인 측면에서, 하키는 라일리에게 목표이자 수단이다. 어릴 적부터 즐거움을 느끼던 취미이자 친구들을 사귄 종목이 하키이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며 하키는 하나의 수단으로 변질된다. 이 과정에서 기쁨이 불안으로 전위되는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몰두해서 좋아하는 종류의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타자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분야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할 지 걱정하기 시작하면 즐거움을 잃는다. 그 불안 때문에 라일리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부끄러운 선택들을 한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하키는 작품이 수미상관을 이루도록 한다. 영화의 시작에서 라일리는 하키를 하다 반칙으로 페널티 박스(하키에서 반칙을 했을 때 선수를 격리하는 공간)에 들어가고 그때 감정들이 2년간을 회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라일리는 페널티 박스에 완전히 고립된 순간에야 다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독립된 자신을 인지하고 즐거움을 되찾는다.
이러한 구조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깨달음마저 주는 듯하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
물론 작품이 가지는 한계도 존재한다. 전편이 주는 신선함이 워낙 강렬했기에 이를 뛰어넘기에는 개성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감정들이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전편과 비슷한 전개 방식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모두를 위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미국에 사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이 하키를 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는 영화가 쉽사리 와닿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무척 위로가 되고 와닿는 작품이었다. 전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 악역은 없다. 나쁜 의도를 가진 캐릭터도 전혀 없다. 모두 빠짐없이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