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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chic Jan 11. 2016

츤데레의 매력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그는 문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 조그만 자연재해를 미심쩍은 눈으로 주의 깊게 보았다. 세살배기가 고개를 들고 만면에 활짝 미소를 띄웠다. 


"읽어줘!" 세살배기가 흥분하여 그에게 명령했다. 들고 있던 책을 너무 쑥 내민 나머지 오베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단 한명, 그의 아내 소냐를 잃고 나서 오베는 줄창 어떻게 자살을 하면 좋을지 궁리한다. 그러나 죽기 위해 천장에 고리를 설치하거나, 자동차 배기 가스 호스를 차 안에 연결시키거나, 총으로 머리를 조준 할 때면 웬수 같은 이웃들이 갑자기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 


그는 이웃집의 임산부가 급히 병원에 가야한다며 운전을 부탁하면, 도대체 자신이 왜 그래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며 시동을 켜고, 그녀의 세살난 아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보챌 때면 이런 자연재해는 도무지 답이 없다고 궁시렁거리며 책을 낭독해준다. 아버지에게 쫓겨난 게이에게는 자신의 집은 호텔이 아니라고 말하며 기어이 빈 방을 내주고,  떠돌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건 정말 성가신 일이라고 한껏 짜증을 부리며 먹이 그릇에 우유와 참치를 담아준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읽으면 읽을 수록 도대체 이 할아버지는 뭔데 이렇게 매력적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베의 아내 소냐가 자신의 남편을  '정말 이상한 슈퍼히어로'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죽고 싶어 안달난 이 할아버지는 정말 이상하게 사랑스럽고 귀엽다. 결국, 오베는  많은 이웃들의 애도 속에서 자신의 아내 곁으로 떠난다. 그는 그렇게 고집불통으로 자신의 사랑을 포장해 많은 이들에게 남기고 의도치 않게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츤데레의 매력은 귀여움이다. 본인은 아닌척 시치미 떼지만, 호의를 받는 사람은 그 까칠한 껍대기 속에 얼마나 부드러운 알맹이가 숨겨져 있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어설픈 츤데레들의 연기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웃기고, 귀엽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오베 할아버지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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