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12/30
divoka sarka - 봅슬레이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껴서 늦잠을 잤다. 아 아프면 안 되는데.
어제 카를로비 바리에 가다가 멋져 보이는 곳을 발견해서 구글맵에 저장해놓았다. divoka sarka라는 곳인데 프라하의 환경 보호 지구라고 한다. 관광객은 잘 안 가는 곳이고 현지인들이 피크닉 하러 많이 간다고 해서 나도 오늘 홍선영(나)과 피크닉을 하기로 했다. 마침 바로 앞에 맥도널드가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햄버거를 포장해 멋진 절벽을 보며 먹을 계획이다.
아침에 민박집 사장님이 봅슬레이가 재밌다고 했던 게 생각나 네이버 카페에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다. 6명이 모이면 싸게 탈 수 있다고 했는데...과연 몇 명이 모일까.
divoka sarka는 정말 멋졌다. 걸어서 10분이면 꽤 절경인 절벽과 만날 수 있다. 미리 준비한 비치타월을 잔디 위에 깔고 맥주에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미리 가져간 책도 읽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여행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도시보다 대 자연을 좋아한다. 아름다운 풍경과 한가로운 시간들. 기분 좋게 책도 읽고 사진도 찍으며 몇 시간을 보냈다.
봅슬레이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한 명, 두 명,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다섯 명! 카페 게시글에는 마감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나까지 여섯 명을 한 카톡방에 가두고 만날 장소를 구글맵에서 공유해주었다. 트램과 버스를 타고 봅슬레이장에 도착하니 건장한 30대 대한민국 남성이 다섯 명! 나는 “오늘 다섯 분의 남성분을 모시게돼서 영광입니다”로 정중히 인사했다.
봅슬레이는 재밌었다. 처음에는 살짝 겁이 났었는데 타다 보니 더 빠르게 더 신나게 타고 싶어 졌다. 예쁜 풍경을 보며 스피드를 즐기는 것은 정말 좋구나. 재밌어서 한 번 더 탔다. 우리는 대한민국 30대지만, 그중 한 명이 학생이라 생각지도 않게 학생 할인도 받았다. 서른 살에 받은 학생 할인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다.
이후 다섯 분의 대한민국 남성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재즈바에 간 뒤 나는 여섯 번째 남성이 되었다.
감사합니다. 형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