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매일 아침, 달콤한 카야토스트.

여보, 진동벨이 영어로 뭐지?

by 홍어른

싱가포르는 정말 바쁜 도시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일까 외식산업이 엄청나게 발달했다. '아시아 최고의 미식도시'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요리하는 주부가 별로 없단다.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거리마다 널려있는 호커센터에서 빠르게 한 끼 해결하는 게 더 싸고 합리적이란다.

(호커센터 : Food court 푸드코트 개념의 다국적,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모여있는 곳, 저렴하고 푸짐하다.)


싱가포르 호커센터의 모습 (출처 ajunews.com)


그렇다면 싱가포르의 평범한 아침식사는 어떨까?

바삭한 토스트에 버터와 카야쨈을 바른 토스트와 수란, 따뜻한 차나 싱가포르식 커피를 곁들이는 데, 카야토스트를 파는 로컬식당도 많지만, 가장 유명한 두 곳을 꼽자면 <토스트박스>와 <야쿤카야토스트>다.


야쿤카야토스트 : 밀크티, 싱가포르식 커피와 수란, 카야토스트를 함께 즐긴다. 오른쪽 동그란 빵은 아들을 위한 치즈볼.


부드럽고 고소한 수란에 간장을 슬쩍 뿌린 뒤, 바삭하고 달콤한 카야토스트를 찍어먹고, 찐한 커피 한 모금을 곁들이면 환상적인 아침식사임에 분명하다.

우리가 싱가포르에 머무는 8일 동안 매일 아침을 해결하곤 했는데, 사건은 셋째 날 발생했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못 한다기보다 영어 잘하는 남편과 아이 앞에서 나의 어눌한 영어를 보여주는 게 창피한 마음이 컸다. 글을 쓰는 지금이야 여행 11개월이 돼 가니, 생존을 위한 영어를 쓰고 있지만, 여행 초반에는 웬만한 주문이나 소통은 남편에게 미뤘다.


싱가포르 토스트박스 매장에서 아이가 먹을 주스와 카야토스트, 수란,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아이 때문에 남편과 아들이 화장실에 갔다. 그리하여 나 홀로 주문과 계산을 가까스로 마치고 자리에 앉았는데.. OMG 내게만 진동벨을 안 준거다. (보통 카야토스트 식당은 셀프 주문과 배식 방식이다.)


기다리면 그들이 알아서 음식을 줄까?

매장이 너무 바빠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카운터로 가서 진동벨을 못 받았다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내비가 서있는 카운터를 서성이다 눈이 마주친 직원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데...........



진동벨 (사진 출처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Neo 바른 구매대행)


진동벨이 영어로 뭐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안나는 거다.

내 뒤로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고, 카운터 직원은 빨리 얘기하라고 성화인데.... 당황한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남편을 보고 "진동벨이 영어로 뭐야?"물으니, 당황한 그도 잘 생각나지 않았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바이브레이터 (vibrator)??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급한 데로 나는 뇌를 거치지 않고 카운터의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Can I give you my vibrator?"
(제 진동기를 드려도 될까요?)



카운터 직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What???"을 외쳤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순간 떠올랐다. 바이브레이터가 무엇인지.................







여성용 자위기구 : 바이브레이터.................



으악!!! 바이브레이터라니!!!!!!!!!!!!!

거기다, Can I get~ (내가 ~를 받을 수 있나요?)도 아니라 갑자기 왠 give you라는 표현을 했는지...

나는 아침부터 토스트 가게 직원에게...

"내 자위기구를 너에게 줘도 되겠니?"라고 물었던 것.

너무 당황한 나머지 get과 give를 혼동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바이브레이터라니!!!


악. 악. 악. 악. 악. 악.!!!

울고 싶었다.

카운터의 직원은 황당해했고, 내 뒤로 줄 서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웃었다.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고 달려온 남편이 바이브레이터 말고 beeper라는 표현으로 다시 에둘러 수습했고, 우리는 무사히(?) 카야토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날의 카야토스트, 토스트박스 싱가포르 중산파크점.



영어 잘하는 남편에게 물었는데, 기껏 돌아온 답변이 바이브레이터였다니... (진짜 남편을 때릴까..)

머리끝까지 창피함과 망신살이 몰려온 나는, 호선생을 철저하게 응징했고, 두 번 다시 토스트박스 중산파크점에 가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은 그나마 영어실력이 늘어서, 매장에서 주문과 결재는 물론, 간단한 스몰토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영어회화는 언제나 어렵다. 윽

* 저처럼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답니다. 용기내세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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