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케언즈 : 세계살이에 대한 고찰

여행이 아니라 세계살이라 부르기로 했다.

by 홍어른

[호선생 ver.]

220725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 안

이번에도 어김없이 글쓰기를 미루었다. 매일 글쓰기가 이렇게 힘든 건가 싶을 정도로 잘 안된다.


케언즈에서 4일은 다른 여정에 비하면 신사적이었다. 그럼에도 매일 만보 이상 걸었고, 120일 숙성한 스테이크 <Waterbar grill house>와 1958년에 문을 연 브런치 카페 <미피아체>도 방문했다.


케언즈의 하이라이트는 스노클링 역사의 랭킹을 바꿔준 세계적인 산호군락투어 '그레이트 베리어 리' 다. 깊고 푸른 바닷속에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산호와 수백 종의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저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던 라군 인근 해안 산책로, 갯벌에 머물며 우리처럼 쉬고 있던 철새들까지도..


이번 여정은 여행보다 ‘살아보기’가 더 어울렸던 시간이었다. 숙소 도착 후, 먹거리와 생필품을 구매했고, 숙소에서 직접 요리해서 대부분의 끼니를 해결했다.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고, 많은 곳을 둘러봐야 잘했다는 생각을 멈추려고 한다. 지금의 삶을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삶의 일부분으로 세계일주가 아닌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머무는 장소만 다를 뿐이다. 새로운 환경은 한국도 마찬가지고, 다른 나라에도 있다. 비록 다른 언어, 익숙한 새로움과 생소함의 차이가 있겠지만 ^^


무엇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책이나 인터넷이 아닌 몸소 현장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 유입 수, 그들의 표정, 공간의 편안함 등을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다면, 어디나 있는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에 있는 것도 시간 낭비가 아니다.


늘 걸었던 거리를 반복해서 걸었다. 걸으면서 전기차가 얼마나 돌아다니는지를 본다. 인터넷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길거리에서 직접 전기차를 찾아보는 현장 속의 체험은 분명 다르다.

‘언젠가는 지금 99.9% 굴러다니는 이 차들이 모두 전기차로 바뀔까? 몇 %가 바뀔까? 언제가 될까?’

4일을 머물며 단 1대의 전기차를 보았다. 흰색 모델 3의 테슬라였다. 아직은 모든 것이 너무나 멀어 보였다. 전기 충전소는 한 두 군데 있을까 싶다.


이번 세계살이의 첫 번째 목적은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볼 만한 곳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스쳐가는 여행 코스 탐방은 남들에게 선사하는 보여주기 이벤트일 뿐. 살아가는 혜안을 얻는 것. 그 혜안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시들, 세계적 의미가 있는 곳에 머물며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기억하자.


그런 의미에서 케언즈 여정은 이번 세계살이가 단순히 먹고 노는 여행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걸었던 길을 반복해서 걸었다. 효율에서 벗어났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 둘러보기가 아니다. 우리만의 시간 보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게 무엇이든,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하는 일이다.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매일매일이 행복하며 편안하고 또 행복하고 즐겁고 내일이 설레고 기대되어야 한다.


세계살이의 가장 큰 ''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 사치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가다가는 엄청난 돈을 지출할 텐데, 과연 괜찮을까?라는 고민들이다.

우리의 세계살이가 과연 도덕적인가에 대한 무의식적인 가책이 느껴진다. 우리 부부는 나름 검소하게 살아오면서 자산을 축적했기에 그런 고민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명품을 산다거나, 기분 내자며 초고가 럭셔리 호텔에 묵거나, 드레스 코드를 신경 써야 하는 레스토랑에 다니지 않았다. 싼 값의 숙소와 싼 값의 끼니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우리 스스로를 사치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고공행진 중인 환율과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세계살이 퀄리티를 소홀히 하지 않고, 연약한 바로를 데리고 여행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하다 느끼며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있고.



오늘 화장실에서 본 문구가 기억에 난다.

It’s impossible, pointless, possible for me to stop worrying. I don’t, never, do believe that I’m good enough. I can’t, can handle anything.


possible, do, can으로 문장을 만들자.

그것이 내 문장이다.


사랑하는 그녀는 한 번씩 세계살이에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타이트한 일정이기에 한 번씩 문제가 발생하거나 하면 “정말 우리가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 같다.

괜찮아! 우리는 끝까지 잘 해낼 거야!





(홍어른 ver)

한국에서 가져온 유산균이 똑 떨어짐과 동시에 꼬마의 변비가 시작됐다. 베트남, 싱가포르, 발리 약 3주간 한식을 거의 못 먹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케언즈에 도착하자마자 키즈용 유산균을 찾아 헤매었다. 유기농과 영양제 천국 호주.. 약국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첫날 저녁은 나이트마켓 구경...

비행기를 너무 좋아하는 꼬마는 외출할 때마다 비행기 책을 챙겨갔다. 기회만 있으면 읽어주려고 노력했다. ^^

지금은 책에 나온 대부분의 항공사 로고, 비행기 모양은 물론, 항공사코드를 줄줄 외우게 되었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만 봐도 "엄마! 저건 ㅇㅇ 항공사 비행기에요.!!" 라는 아이를 볼 때면 흐뭇해진다.



꼬마와 남편을 재워두고 한 잔씩 홀짝대던 밤이 좋았다.

공기가 달다는 말이 뭔지 알겠더라. 발리의 석회수에 질렸던 나는.. 맑은 케언즈의 수돗물에 반했다.

호주에서 <나의 해방일지>를 정주행 했다. 사람들은 구 씨에게 빠졌지만, 나는 이민기랑 이엘 캐릭터가 참 좋았다. 현실감 넘치는 남매연기를 보며 어릴 적 매일같이 싸워댔던 남동생을 떠올렸다.



걷기만 해도 너무 좋았던 케언즈 에스플러네이드 라군.

울창한 나무와 깨끗한 도로와 신선한 공기. 다양한 종류의 새(조류)들과 나무에 매달려있는 박쥐까지 볼 수 있었다.


케언즈 에스플러네이드 라군 근처에 아주 멋진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가 정말 신났다. 호주 정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처럼 느껴진다. 우리 샤이보이 꼬마도 금세 친구를 만들어 함께 놀더라 ^^ 피부색과 언어는 다르지만, 놀이하며 금세 친해지는 어린이들.



드디어 세계 최고의 산호군락.

인공위성에서도 관측된다던 바로 그곳.

전 세계인들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로 떠났다.

우리는 어린아이를 동반하기에 '선러버크루즈'를 이용했다. 점심도 그럭저럭 괜찮고, 한국인 선원이 있어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1시간 반 정도 깊은 바다를 항해하여 드디어 산호군락에 도착했다. 푸르고 아주 맑은 바다는 깊은 수심임에도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온갖 열대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제껏 푸껫, 파타야, 사이판, 세부, 보홀, 하와이, 베트남 등등 coral island 라 불린 곳에서 여러 번 스노클링을 경험했고, 수중환경 좋은 곳이 많았지만...

그레이트 베리어리프야 말로 정말 찐!!!이다.

색색의 아름다운 산호초와 수백 수천 마리의 어종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너무너무너무 행복해서, 아이를 남편에게 맡긴 채 내내 물속을 헤엄쳐 다녔다.



근 한 달 만에 한인마트에 가서 떡볶이 재료를 사다가 직접 해 먹었다. 떡볶이 못 잊어..... 다른건 몰라도, 떡볶이만큼은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중요한 음식이다.♡ 이외에도 신선한 뉴질랜드 아보카도와 골드키위, 각종 로컬 유제품과 과일, 야채 호주산 소고기를 사서 집밥을 해 먹었다. 유통경로가 짧아서 그런지 정말 신선하고 맛있더라. 호주는 여러모로 풍요로운 느낌이 든다. 사 먹는 밥에 질렸던 터라 직접 해 먹는 요리가 너무도 간절했다.


마지막 날, 케언즈에서 렌트했던 아파트 키를 분실했다.

집을 다 뒤지고, 캐리어와 짐을 뒤엎어 샅샅이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울며불며 페널티 300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기억을 더듬어 어제 하루의 모든 동선을 다시 방문하고는 연락처를 남기고 왔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싶은 맘에 썬러버 크루즈에 연락했는데, 내가 스노클링 하는 동안 남편과 꼬마가 아이스크림 사 먹고, 크루즈 매점 카운터에 올려두고 온 것이다. 악. 정말.......

체크아웃 시간 몇 분 전 겨우겨우 열쇠를 찾아서 300불을 아꼈다. 우리는 그렇게 300불에 너무나 행복해졌다.

(단순한 가족이라 행복. 당시는 매우 심각했음...)



그렇게, 케언즈 일정을 정신없이 마무리한 채 브리즈번으로 떠난다. 케언즈는 깨끗하고 온화한 날씨에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였다. 그저 걷기만 해도 좋았던 산책로들과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소리, 그리고 환상적인 그레이트베리어리프. 이후에도 남편에게 여러 번 그레이트베리어리프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지금도 바닷속을 유유히 유영하던 그때가 떠올라서 설렌다. 또 가고 싶은 곳. 케언즈.




그나저나, 다음 도시에선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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