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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Apr 02. 2023

오롯이 내가 주인공이었던 행복한 시간

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1-3

[피데(Pide) 이야기 1-3]

오롯이 내가 주인공이었던 행복한 시간



파묵칼레(Pamukkale)가 있는 데니즐리(Denizli)에서 3시간 정도를 달려 튀르키예 서쪽 도시 셀축(Selcuk)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이다. 2월의 튀르키예는 6시가 되니 어둑어둑해지고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선 길도 한산하다.


한국이었어도 동네에 흔히 있을 법한 작은 밥집 같은 식당 한 곳을 발견한다.

문을 닫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저녁을 먹을 수 있냐고 밥퍼먹는 시늉을 하니, 약간 무서운 인상의 주인아주머니가 고개만 끄덕인다. 메뉴를 보니 피데가 있다. "피데 오케이?"란 말에도 묵묵하게 끄덕이기만 한다.


저녁 늦게 도착한 셀축(Selcuk) 거리를 기웃거리다 찾아낸 피데 가게


작은 백반집 같아 보이는데, 놀랍게도 주방에는 큰 화덕이 위풍당당하다. 전기 화덕이 아니라 나무 화력원의 화덕이라 에 불씨가 깨알만큼 남아있다. 아주머니는 사그라들고 있던 화덕의 재부터 다시 살리기 시작한다. 아직 불씨가 남아있어서 풀무로 훅훅 불어내니 불이 화륵화륵 일어난다. 그 이후론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아주머니는 반죽 한 덩이를 꺼내 툭툭 쳐서 얇고 길게 펼쳐내더니 그 위에 갖가지 양념을 뿌리고 간 고기를 얹고 치즈를 가득 뿌린다. 무서운 인상의 아주머니는 내내 말이 없다. 그저 달인의 기운이 느껴지는 날렵한 손놀림만 있을 뿐.


 달인 수준으로 내 피데를 빚어내고 있는 무서운 인상의 아주머니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또 고개만 끄덕인다. 아주머니가 피데를 차박차박 쳐내는 소리,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 내 카메라 셔터 소리만 있을 뿐 모든 것이 ‘나만을 위한 저녁’이 만들어지는 놀라운 광경에만 올곧이 빨려 들어간다.


아주머니가 몹시 긴 손잡이가 달린 구이용 판을 가지고 나오더니 성형이 끝난 내 피데를 화덕 속에 쑤욱 밀어 넣는다. 그다음은 순수한 기다림의 시간. 나는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사실이 믿을 수 없도록 경이롭고 재미있어 나도 아무 말 없이 그 순간에만 집중한다.


손잡이가 긴 구이용 판으로 화덕 깊은 곳으로 쓕~!


화덕 안에서 적당하게 부풀어 구워진 피데가 썩둑썩둑 썰리고 내가 앉은 테이블 위로 옮겨진다. 아주머니의 손가락이 온통 굵고 울퉁불퉁하다. 꽤 오랫동안 반죽을 만졌다는 고귀한 장인의 느낌이 전해진다. 쫄깃한 피데를 한 조각 한 조각 씹는다. 참 맛있고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느끼기 시작한다. 무서운 인상의 아주머니는 결코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고, 방랑객을 위해 문 닫을 시간을 늦추면서 다시 불씨를 살리고, 정성 들여 피데를 만드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었음을. 다만 말수가 없었을 뿐, 내 피데를 만들고 굽고 서빙하고, 먹고 있는 내내 나를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모든 순간이 오로지 나에게만, 나를 위해서만 집중되는 황송하고 황홀한 순간이었음을.


드디어 서빙된 피데. 아주머니의 정성이 가득 들어갔음이 느껴진 행복한 한끼


내가 피데를 맛있게 모조리 먹어치운 후 매우 고맙고 미안해하며 가게를 나서니, 아주머니는 그제야 엄마 미소를 짓는다. 나를 줄곧 기다려주고, 퇴근을 미루고, 정성 들여 나에게 그녀의 피데를 먹게 한 셀축의 피데 아주머니, 테세퀴르 에데림, 정말 감사합니다.


고기 듬뿍, 신선한 치즈가 환상적인 셀축의 피데


[피데 이야기]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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