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4-4
이스탄불 길거리를 걷다 보면 골목 한 켠에 커다란 양은 양재기를 놓고 무언가를 천으로 덮어놓은 아저씨들을 만난다. 옆에는 무언가 검은 것들이 잔뜩 차 있는 통이 있다. 튀르키예의 명물, 미드예 돌마(Midiye Dolma)라고 하는 홍합밥을 파는 노점이다.
튀르키예 홍합밥은 일반 식당에서도 먹을 수 있다. 한 개씩 가격을 책정해놓거나 몇 리라에 몇 개라고 써 붙여 놓기도 한다. 일반 식당이 좀 더 비싼 편이고 노점은 저렴하지만, 의자나 테이블이 없어 보통은 그냥 아저씨 옆에 서서 먹는다.
홍합밥을 파는 노점을 만날 때마다 나는 항상 두 알 이상씩 사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홍합밥은 정말 훌륭한 간식이기 때문이다.
홍합밥은 홍합을 손질해 살짝 익힌 후, 홍합 껍데기와 홍합살을 발라내어 분리하여 볶음밥을 다시 껍데기 안에 넣고 홍합을 올려서 파는 한 입 먹거리다. 볶음밥은 양파와 마늘, 향신료, 홍합 육수 등으로 지어 밥 자체에도 향긋하고 황홀한 맛이 스며있다. 홍합과 껍데기를 분리하여 다시 합치는 꽤 수고스러운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의 골목을 지키고 있는 홍합 아저씨들은 매일 양은 양재기 한가득 홍합밥을 채워서 여행자를 행복하게 해준다.
홍합밥은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두 개 주세요.”라고 하면 아저씨는 홍합밥을 한 개만 꺼내어 레몬즙을 살짝 뿌리고 건네준다. 딱 한입이다. 다 먹고 나면 껍데기는 버리면 안 된다. 두 번째 홍합밥을 먹을 때 이 껍질을 써야 한다. 맨입으로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진 않지만, 껍데기에 입술을 벨 염려도 덜고, 껍질 숟가락으로 먹어야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건 누가 뭐래도 진리다.
아저씨 옆에서 홍합밥 두 알을 오물거리고 먹고 있으니, 그 사이 튀르키예 청년이 와서 홍합밥 두 알을 매우 빠른 속도로 흡입하고 돈을 쓱 쥐여준 후 유유히 다시 길을 떠난다. 불과 1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두 알을 다 먹고 다시 세 알을 주문한다. 껍데기 숟가락으로 밀려 들어온 밥알들과 그 위에 화룡점정으로 올려져 있는 쫄깃하고 향긋한 홍합이 입 안으로 다시 만찬의 바다로 만든다. 다시 세 알을 주문한다. 레몬즙도 잔뜩 뿌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결국 홍합밥 열 알을 먹고야 그 골목을 떠날 수 있었다. 사실 몇 개를 먹었는지 세다가 잊어버린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저씨가 치밀하게 세고 있을 테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무한정으로 먹게 되는 마법의 맛. 작은 간식이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인 세상에서 가장 작은 디쉬, 미드예 돌마. 이 만찬 때문에 이스탄불 골목을 걸을 땐 항상 행복하다.
[바다 것들의 황홀한 축복 4-4]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