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요리 : 튀르키예 미식 여행 Episode #4-3
[바다 것들의 황홀한 축복 4-3]
튀르키예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 중에는 함시라는 녀석들도 있다. 함시는 멸치과에 속하는 작고 긴 생선으로 멸치볶음에 사용되는 멸치보다 좀 더 큰 멸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양에서는 앤초비(anchovy)라고 부른단다.
우리나라 멸치볶음의 멸치를 떠오르면 사실 잘 연관이 되진 않는다. 함시는 밑반찬의 멸치볶음이 아니라 우리나라 통영이나 남해에서 먹었던 멸치회무침에 등장하는 듯한 그런 통통한 몸매를 가진 생물을 생각하면 더 가깝다. 그 멸치를 간단한 손질만 한 채 그대로 기름에 튀겨낸 것이 함시 튀김이다.
함시를 주문하면 쉐프는 그 자리에서 머리와 내장을 손질한 큼지막한 멸치 한 바가지를 기름에 쏟아붓고 휘휘 젓는다. 기름엔 그 무엇을 튀겨도 맛있다고 했던가. 촤아악~ 하는 청각적인 자극이 먼저 황홀하게 전해져오고 곧 미친 듯이 고소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한 접시 가득 함시 튀김이 전해져오면 얇은 튀김옷을 입은 멸치들이 노릇노릇한 자태를 뽐내며 황홀하게 유혹한다, 곧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튀겨진 함시는 뽀득뽀득한 과자의 느낌도 있다. 바삭거리는 치감이 행복하게 마중하고, 멸치 특유의 담백한 살맛과 튀겨져서 잔뜩 연해진 뼈 맛이 어우러져 나는 또 황홀해진다. 한 접시엔 이 황홀한 함시들이 스무 마리쯤 누워있다. 나는 앞으로 스무 입 정도의 황홀함을 계속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함시 접시에만 몰두하고 있다가 문득 옆 테이블을 보니 나이가 지긋하고 풍채가 매우 좋은 어르신이 함시 튀김 한 접시에 잔뜩 몰두하고 있다. 어르신 얼굴의 반은 길이가 삼십 센티는 족히 넘을 듯한 수염이 뺨부터 인중과 하관을 모두 덮고 있다. 그런데도 너무나 절묘한 기술을 발휘하여 수염에 단 한 방울의 기름이나 부스러기도 묻히지 않고 입을 절묘하게 벌리고 수염의 결을 요리조리 다듬어 함시를 10초에 한 마리씩 해치우고 계시다. 놀랍다. 순식간에 줄어들고 있는 함시 튀김 한 접시가 반도 비워지기 전에 어르신은 함시 한 접시를 다시 시킨다. 함시의 공급이 끊어지지 않도록 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내 함시가 다 줄어들기도 전에 어르신은 신기에 가까운 스킬로 함시 튀김 두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유유히 자리를 뜬다.
[바다 것들의 황홀한 축복 4-3] to be continued...!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