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 콜하스의 빌라 달라바
빌라 달라바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건축부 기자와 심리학자 부부의 의뢰로 시작됐다. 부부는 렘 콜하스가 지은 '광기의 뉴욕'이라는 책을 보고 그들이 짓고 싶어 하는 건축내용이 잔뜩 담긴 편지를 콜하스에게 보냈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그들은 집에서 에펠탑이 보여야 하고, 정원이 있는 유리 건물이어야 하며, 옥상에 수영장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부부 공간과 자녀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달라는 내용과 동시에 '걸작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렘 콜하스는 이 걸작을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 명장인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건축이론 인 '돔-이노 이론'과 '건축의 5원칙'을 그대로 빌라 달라바에 적용했다. 돔-이노 이론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건축을 해야 한다는 이론이고, 건축의 5원칙은 건축물은 필로티와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가로로 긴 창문 그리고 자유로운 입면을 가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콜하스는 필로티를 일정하지 않은 얇은 기둥과 유리 건물로 건물을 들어 올려 마치 바닥에서 부유하는 금속 박스와 같고, 옥상은 정원과 수영장을 만들어 사람이 에펠탑을 향해 무한대로 수영하는 것 같다. 이 장면은 콜하스의 '광기의뉴욕'에 있는 1978년 작품 'Floating Swimming Pool'을 그대로 건축에 옮겨놨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자유로운 평면을 보면, 부부와 자녀의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하는 동시에 각자의 공간을 철저히 분리하였다. 가로로 긴 창문은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와 닮게 파노라마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입면은 역시 빌라 사보아와 닮아있지만, 경사진 땅에 집을 올려서 건축물 네 입면 모두 다른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렇게 건축의 5원칙을 철저히 지켜 지은 걸작을 완성하려 했지만, 이 건축물의 큰 단점은 마감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다. 건축주 부부는 걸작을 만들고 싶어했다. 하지만 걸작을 만들려면 큰돈이 필요했는데, 건축에 들어간 재료의 디테일이 좋을 수가 없었단 걸 보면, 부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콜하스는 르 코르뷔지에의 그것을 반영하는 듯한 건축으로 걸작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자신도 손해는 볼 수 없었기에, 높은 퀄리티로 건축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콜하스는 ' 돈이 없으면, 디테일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고 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말과는 사뭇 다른 말이다. 고수는 도구를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도구가 좋을 수록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멀리서 보기엔 아름다워 보여도 가까이 갈수록 그림이 섬세하지 않다면 이것은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빌라 달라바는 건축적인 가치로 따지자면 자신의 확고한 건축이론을 적극 활용한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다.
하지만 걸작이라고 부르기엔 디테일을 보면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걸작은 우러러봐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것조차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신의 영역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작은 것 하나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우리는 걸작이라하니 신이 디테일 안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부부가 돈이 충분했다면, 신을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큰 건축물이 빌라 달라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