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닙니다.
지난번 면접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졸업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인더스트리로 향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서 교수님과의 대화들을 엮어봤습니다. 하루만에 했던 대화는 아니고, 여러 날에 걸친 대화를 모았습니다.
교수님 회사 면접 최종 합격했습니다. 교수님께 배운 클래식접근법과 박사과정동안 스스로 공부한 최신기술들을 잘 접목시켜서 어필했습니다. 회사에서의 니즈와 저의 전공이 우연히 맞아떨어져서 합격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회사는 언제부터 출근하나요?
x월에 출근하는 것으로 면접하면서 얘기 나눴습니다.
그러면 박사는 받고, x월 이후에도 몇 달간 우리 연구실에서 포닥으로 일 하는 건 어떤지.
방금 계약서를 확인해보니까, x월부터 출근하지 않으면, 계약파기로 회사 측에 배상해야 합니다. 저희 학부 측에서도 상황이 난감해질 것 같습니다.
하.. 그럼 그 전까지 본인 프로젝트의 실험이랑 분석은 본인이 최대한 많이 해두고, 끝낼 수 있는 것은 끝내고 가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 규모가 크다보니까, 이걸 핸들링하는 게 왠만한 학생이 하는 게 어려운 일입니다.
네. 졸업 준비하면서 마무리해야 하는 것들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부사수를 똑똑하게 키워서, 부사수에게 제 프로젝트를 잘 인수인계 해두고 가겠습니다.
하... 성현씨는 포닥해야 하는데...
포닥은 절대로 안 할 겁니다. 제가 박사과정하는 7년동안 누누이 포닥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인더스트리로의 진로도 결과로 보여드렸습니다.
그동안 연구를 열심히 한 게 아깝지 않나요?
저는 박사를 따고 졸업하기 위해서 연구를 열심히 했습니다.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현씨같은 똑똑한 사람이 생물물리학이랑 단백질 상호작용에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생물물리학과 단백질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열심히 회사에서 일하겠습니다. 회사에서도 이 지식과 경험은 쓸모가 있을 겁니다.
성현씨처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은 회사에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거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인 건 맞습니다. 그런 사람이 대학원에도 7년이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어찌저찌 적응하겠죠.
성현씨를 아는 다른 교수님들이 회사에 간다고 하니까 상상이 안 가고, 안 어울리고, 적응 못 할 것 같다고 하는데.
그 교수님들이 저를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을 포함한 다른 교수님들이 틀렸다고 반증하겠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제일 잘 압니다.
회사에 갔다가 회사가 안 맞고, 연구를 다시 하고 싶다. 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와서 얘기하세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A 교수님은 회사에서 10년 일 하다가 교수되었다고 했는데, 저도 10년 쯤이나 뒤에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해외 포닥에 가서 금전적으로 어렵게 지냈습니다. 1달러짜리 세트사먹으면서 어렵게 연구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어렵게 연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애초에 연구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연구를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어려운 경험을 해야 진정한 남자가 되는 건데. 남자 되고 싶지 않아요?
네, 저는 남자 안 되고 싶습니다.
사실 서울대 교수로 살면 금전적으로 엄청 풍족해지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만들거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다면 조금 더 나아질 수도 있겠습니다.
네, 저는 회사에 취업해서 조금 더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후보물질을 찾으신다면, 제가 회사 윗선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진짜 연구자가 되려면 집에 가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어디서나 연구 생각으로 가득차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게 싫어가지고 포닥과 교수를 하기 싫어하는 겁니다. 포닥과 교수를 하면서까지 고민하거나 알고 싶은 질문이 없습니다. 그리고 라이프가 워크인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라이프 때 잘 쉬어서 워크 때 잘 일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회사가 정해주는 워크를 열심히 하고, 남은 시간에 그 돈을 가지고 라이프를 잘 누리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연구 질문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결국에 그 질문을 해결해냈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근데 저는 7년의 박사과정동안 그런 희열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의 포닥과 교수 기간동안에도 그 희열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걸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제가 연구 능력이 없거나 못한다는 게 아닙니다. 한다면야 연구를 잘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연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하루종일 시간을 쏟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만날 때마다 포닥과 교수로의 진로를 추천(및 강요)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할 때마다 아카데미아 진로의 장점은 하나도 어필이 되지 않아서, 인더스트리의 진로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