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고 싶어지면 좋겠다.
글을 쓰기가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쓰기 싫은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노동을 하기가 싫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떠돌아다니는 내 머릿 속의 생각을 가시화, 실체화하는 일이다. 지금 내가 브런치에 적고 있는 이 50자 동안에도 수 십 번의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심지어 마지막 덧.을 쓴 이후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다. "글을 쓴다는 행위", "글을 쓰는 행위"," 글을 쓴다는 것", "글쓰기", 그 짧은 1-2초 되는 시간동안에 도대체 어떤 어휘가 좋을까 고민하고, 고치고, 수정하고 있다. 분명히 아무렇게나 글을 휘갈기고, 머릿 속에 있는 생각을 그냥 여과없이 내보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정을 계속 거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게 문제다. 글을 쓰면서, 머리를 쓰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는 지식노동자로써, 매일 글을 읽는다. 아주 구조화된 문장, 문단, 논문을 읽는다. 그리고 나의 연구논문이라는 글을 쓴다. 논문을 읽고 쓰면서, 글쓰기가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야하는 노동인지 하루하루 체화하고 있다. 게다가 몇 번의 브런치 에세이를 쓰면서도 어떻게 해야 가독성있는 글이 될 수 있을까. 글로 표현되는 나의 생각이 이게 맞나. 이런 저런 생각 노동을 한다. 에세이 따위를 써서 머릿 속의 생각들을 배출해버리고 싶은데, 배출하는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고 귀찮다. 가볍게 글을 쓰는 게 너무 어렵다.
매주 하나의 글을 올리겠다는 다짐으로 인스타그램을 정렬해놨다. 이제 글을 올려야하는 타이밍인데, 글을 쓰기가 싫어서 인스타 게시글 업로드가 멈췄다. 엉엉. 본업 노동인 과학 논문을 읽고 쓰는 게 싫어서 부업 겸 취미로 브런치와 SNS를 개설했더니, 이제는 취미인 브런치 에세이 또한 노동으로 대하고 있다. 막막하다.
덧.
심지어 글쓰기 싫다는 이 글도 문단을 나눠서 구조화하면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