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가수 김수영 (끝)

by honggsungg labnote

https://youtu.be/1FZaHbaW4QY?list=RD1FZaHbaW4QY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


지나갔던 것들에 아무런 눈물도 나지 않았을 때

내가 느끼고 있는 크고 작은 상처들에 무뎌질 때


똑같은 기억 또 다른 날을 마주하는 것 조차 겁이 나고 두려울 때

고요한 내 맘 속에 사랑을 말하고 싶어


아픈 기억 닮아있던 우릴 껴안고서 더 사랑할래

기억하고 싶던 널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간직하고 싶어


영원했던 말들이 내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질 때

미워했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단 걸 알았을 때


똑같은 기억 미워하던 날 마주하는 것 조차 겁이 나고 두려울 때

고요한 내 맘 속에 사랑을 말하고 싶어


아픈 기억 닮아있던 우릴 껴안고서 더 사랑할래

기억하고 싶던 널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간직하고 싶어


아픈 기억 닮아있던 우릴 껴안고서 더 사랑할래

기억하고 싶던 널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간직하고 싶어


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간직하고 싶어




나는 지금의 내 나날들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외롭고 돈없고 희망없고 재미없고 성장없고 안정없고 성취없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얼른 이 대학원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침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출근 길을 나선다. 출근 길은 내리막이라 체력적으로 위치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데도 너무 힘들다. 하는 일에도 체력적으로 힘들 건 없다.


왜 힘든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결정하고, 진행시킬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주도적으로,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현 상황이 나의 의욕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나의 논문은 거의 교수님의 의지로 이끌어가고 있다. 내가 특정 방향으로 실험이나 분석을 해도 교수님의 오케이가 없다. 교수님이 원하는 방향은 따로 있고, 나는 그 방향으로 따라가야 한다. 교수님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정체되어 있으면, 나도 정체되어 있다. 내 가설, 내 아이디어, 내 디스커션으로 되고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결과물에서 큰 성취를 느끼고, 더 나아가는 사람인데 결과물이 하나도 없다. 논문이 없다. 논문을 내고 싶어서 초안을 작성해도, 교수님은 잘 피드백이 없다. 어차피 퍼블리쉬할 논문은 내가 쓸 건데, 네가 논문을 써서 뭐하겠냐는 그런 스탠스다. 나의 결과물에 대해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박사로서 성장이 안 되고 있으니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보람이 없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힘들다.


나의 지금은 미워하는 날들이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찬 나날들로 보내고 있는 요즘에 김수영의 신곡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 줄여서 <미날사말>이 발매되었다. 김수영은 원래부터 다분히 현실적이고 본인의 삶과 관련된 노래를 쓰고 불렀다. 상상하기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시 구절같은, 그러니까 쏜애플같은 가사를 쓰지 않는다. 김수영은 다분히 현실 밀착 S형 작사가다. 신곡 <미날사말>의 가사에는 김수영의 현재 본인의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녹아있었다.


나와 김수영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같이 나이 먹어가는 처지이고, 그 나잇대의 인간이라면 하는 고민을 같이 하고 있다. 김수영은 나를 좀 더 <사랑하자>며 되새기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자 말하고, 흩어진 기억들을 모아 나라는 <사람>을 붙잡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신곡이 발매될 때 마다 그녀의 노래에 깊은 공감을 하며 노래를 들었다. '이 아티스트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가수라고 해서 엄청 특별한 인생이 펼처지는 것도 아니고, 나와 비슷하네.'


음... 노래에 공감을 하며 들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약간의 시간차가 있기는 했다. 그녀가 1-2년 정도 나보다 앞섰다. <미날사말>은 제목 그대로,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담은 노래다. 이 노래에서 두려움과 미움으로 가득찼던 시간도 되돌아보면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현재의 김수영은 그런 미운 시간들이 지나갔으니,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미운 시간들 속에 살아있다. 과연 시간이 흘러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시절을 되돌아 생각했을 때, 이 날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https://youtu.be/L5Y5HMdx41U

김수영 - 사람


1년 전 쯤 발매되었던 김수영의 <사람>은 되게 고민이 많았던 노래같았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게 맞는 길인걸까? 나는 도대체 뭐지? 하는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생각하던 미워했던 날들은 이 때 즈음이 아니었을까. 머릿 속에 물음표만 가득하고 마침표가 없는 상황.


실수해서 매일같이 교수님에게 깨지고, 기껏 머리를 짜내서 써내려간 논문이 마음에 들지 않고, 이런 날들이 익숙해진다. 이런 익숙한 날들이 매일 매일의 변주를 일으키면서 내일은 내일의 혼남이 있고, 모레는 모레의 쓰레기같은 논문 문장이 나온다. 졸업해야지라고 5년 넘게 되뇌였는데, 이 말이 너무 익숙해져서 졸업이 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는 '졸업'이라는 단어에 게슈탈트 붕괴가 오면서 어색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녀가 <미날사말> 가사에서 말했던 '내가 느끼고 있는 크고 작은 상처들에 무뎌질 때', '똑같은 기억 또 다른 날을 마주하는 것 조차 겁이 나고 두려울 때', '영원했던 말들이 내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질 때'가 이런 때가 아닐까. 그리고 그녀에게도 이런 때가 있었던 거겠지.




계절 상으로 지금은 봄이다.


나는 최근에 자리 이동을 해서 통창 옆 자리가 되었다. 통창으로 보이는 시야에는 나무와 관목들로 이뤄진 작은 정원이 있다. 오피스가 3층이라서 키가 큰 나무의 꼭대기 끝이 보인다. 2월달에는 앙상하게 가지만 있던 나무에, 3월 달에는 그 나무의 잎눈이 연초록을 띄면서 작게 삐져나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그 잎눈이 커지고, 지금은 그 이파리가 내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아직은 이파리라고 부를 정도지만, 이제 5월이 되면 초록의 잎으로 더 뒤덮일 것이다. 나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시 오는 모습을 파릇파릇해지는 나무를 통해 지켜본다.


이렇게 지구는 1년마다 봄이 찾아온다. 추운 겨울을 3개월만 버티면 봄이 온다는 걸 모두가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봄이 온다. 반면 나에게는 끝나지 않는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이 겨울이 끝날지도 과연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길가에는 벚꽃, 진달래, 민들레, 이름 모를 흰 꽃이 여럿 피어 있다. 세상은 다 봄인데 나만 봄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이 겨울이 더욱 춥고 길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에 있었던 김수영의 단독공연 이름은 <Bloom> 이었다.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꽃이 피어나길 바란다는 의미로 <Bloom> 이라는 공연명을 지었다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나도 제발 근 시일 내에 이 겨울이 지나가고 벚꽃이 피어나는 봄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지금의 힘든 시간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전문성과 경험과 박사졸업장으로 간직해야지. 그리고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를 들으면서 미워했던 날을 사랑으로 기억해야지.




덧.

내가 갔던 공연 일자의 앵콜 영상. 꿈같았던 <꿈(Still I love you)> 시간이었다.


https://youtu.be/kQDsRiC1L_Y?t=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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