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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5시간전

고인 물이 되는 방법

고인 물이 되는 방법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나는 수영을 잠시 쉬고 있다. 음. 그래봤자 아직 이틀차지만 어쨌든 쉬고 있다고 표현할 거다. 딱 일주일만 쉴 거지만 아무튼 쉬고 있다. 명절 때문에 센터가 안여는 등의 타의에 의한 이유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이유 때문에 수영을 쉬고 있다. 이건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스스로 “크레이지 스위머”라고 칭하기엔 쑥스러운 면이 있다. 그래도 제법 “홀릭” 정도의 수준은 되었는데... 수태기가 종종 왔고, 최근에도 수태기를 겪었지만 수영을 이렇게 아예 쉬게 될 줄은 몰랐다.

 

 쉬게 된 이유를 맞춰보시라. 몇 가지 힌트를 드리겠다. 첫째, 나는 오늘 노트북 거치대를 샀다. 둘째, 나는 어제 병원을 방문했다. 셋째, 나는 며칠 전부터 어깨에 파스를 붙이고 있다. 답을 맞히셨는가? 그렇다. 나는 지금 극심한 어깨 통증을 겪고 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목은 거북목 초기증상인 일자목 형태이고, 척추도 많이 삐뚤어진 상태. 이러한 잘못된 자세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목이 뻐근해 자리에서 일어나 괜히 집안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초반엔 수영할 때만 가끔 느껴지는 통증으로 어깨가 살짝 불편한 정도였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수영을 쉬어야만 한다는 판단이 섰다. 웬만해선 수영을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몸이 고통스러워서 도저히 수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인 물이 되는 방법 첫 번째가 나왔다. 웬만큼 아파도 수영에 나가면 된다. 몸이 충분히 고통스러워야 수영을 못 간다는 판단이 내려졌는가? 당신은 이미 고인 물이다. 몸이 이렇게까지 아픈데도 의사 선생님께 “그럼 수영은 못 가나요?”라고 질문했는가? 당신은 백점 만점짜리 고인 물이다.

 

 고인 물이 되는 방법 두 번째, 화려한 수영복을 사라. 고인 물이 ‘되는’ 방법을 알려줄 것처럼 제목을 지어놓고 고인 물의 상징인 화려한 수영복을 먼저 갖추라니 앞뒤가 바뀐 소리 아니냐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려보자. 고인 물이 된 뒤에 화려한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당신이 화려한 수영복을 입었다면 당신은 이미 looks like 고인 물이다. 그리고 고인 물이 된 것 같은 도취감에 앞으로 더 많은 화려한 수영복을 들일 가능성은 높아졌다. 나도 실제로 초초급 시절에 이미 화려한 수영복을 갖고 있었다. 물론 쑥스러워서 강습날엔 입지 못했지만 말이다. 화려한 수영복을 하나 샀는가? 하나는 둘이 되고 둘은 셋이 될 것이다. 당신의 옷장엔 점점 예쁜 수영복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것들은 당신이 수영에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 고인 물이 된 이유가 되어 줄 것이다.

 

 세 번째,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해라. 중요한 건 ‘같은 시간’이다. 사람들은 대게 운동을 하는 자신만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새벽 6시~7시이다. 매일가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를 유지하는 건 고인 물이 되는 것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 시간대에 만나는 고정 멤버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각인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매일 지각을 일삼아서 총 50분의 수업시간 중에 겨우 30~40분만 수영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센터에서는 지금 고이다 못해 거의 썩은 물 대우를 받고 있다. (흑. 이런 썩은 물이 일주일이나 수영장에 안보일 테니 얼마나 걱정을 하실까?) 수영장에 가면 이런 소리를 항상 듣는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저는 단지 지금 지각을 해서 지금 에너지가 남아도는 것뿐이에요. 저는 물에 방금 막 들어왔답니다....!라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뭘 구구절절 나의 사정을 설명하겠는가? 고인 물 취급을 받는 것을 즐겨라. 실제론 겨우 5분 수영을 했을 뿐이지만 ‘너무 열심히 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기분을 즐겨라.

 

 수영장에서 고인 물이 되는 세 가지 방법을 알아보았다. 고인 물이 왜 되어야 하는지 모를 수 있다. 고인 물이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다면 오늘 내가 한 조언을 새겨듣길 바란다. 나는 내가 수영장과 수영이라는 종목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이 수영인의 정체성을 갖길 바랐다. 당신이 열망하는 무언가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오늘 나의 조언은 수영이 아닌 어느 분야에라도 피와 살이 될 것이다. (큭큭.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지 모르겠다. 통증 때문에 정신줄도 놓았나)

  후후. 여러분이 생각하는 ‘고인 물처럼 보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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