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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Jan 07. 2022

설악산 이야기 8 – 연금술사

설악산 이야기 8 – “눈앞에 아주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우리는 술도 마시고 대화를 나누며 내적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영화를 하루 종일 보거나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무드 있게 캔맥주 하나씩 까면서요. 꺼 놨던 핸드폰도 슬그머니 다시 켰습니다. 타이트하게 짜여 있던 생활 습관이 흐트러지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재미있고 편안했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고작 이런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우리는 우리 스스로 문제라고 느낀 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해답을 찾고자 이곳에 모인 것임을.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우리의 계획이 엎어질 때마다 동료들이 지쳐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앞선 피드에는 최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서 적었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면 저 또한 좀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몇 번의 아이디어가 시도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계속 엎어지는 이유가 자금 때문이라는 게 좀 서글퍼지더라고요.


내 깜냥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시도를 그저 젊음의 치기 어린 몸부림으로 치부한 채 깨끗하게 포기해야 하는가. 저는 충분히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미 오기와 패기로 무식하게 밀어붙이느라 포기해야 할 타이밍을 한참 지난 것일 수도 있겠지요. 서울로 돌아가서 적당한 직장을 구하고 지금이라도 나의 삶을 안정시켜야 되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혹은 그렇게 종잣돈을 모아서 훗날 다시 저의 길을 도전할 수 있겠죠. 그러나 어느 세월에 이런 시도들을 할 수 있는 자금을 충분히 모을 수 있을까요. 혹은 그렇게 직장을 얻어 돈을 버는 동안 저는 저 자신이 지금껏 끌어올린 내면의 정서적 충동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요. 아마도 훗날 모든 게 안정되고 드디어 행복과 평화가 찾아왔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바로 그 순간, 저의 내면이 저에게 이렇게 속삭이지 않을까요.


“네가 있어야 할 곳은 거기가 아니야.”


저는 메시지를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여기서 포기하는 바로 그 순간 저는 살아도 죽은 것임을 이제는 압니다. 지금껏 살면서 타협할 때마다 남는 건 후회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지나온 삶은 저에게 어떤 경우에도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체성을 버리면 모든 걸 다 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앞날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팔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마트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죠. 그러나 열기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무언가를 섣불리 결정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음을 느꼈습니다. 안 될 거야, 라는 패배주의가 깔린 채로 나누는 대화에서 어떠한 열정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장사를 한다고 해도 물건은 어디서 만들지, 밑천은 어디서 구하지, 와 같은 생각들만 가득했습니다. 또다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그 분야를 한동안 공부하고 조사해야 할 것이고요.


우리는 우리의 부족한 점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다시 점검했습니다.

1.  마케팅과 세일즈 역량을 필수적으로 길러야 한다.

2.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산수단’을 갖춰야 한다.

3.  마진이 최대한 높아야 한다.

4.  즉시 매출이 가능해야 한다.

5.  생산비가 저렴하고 공정이 간단해야 한다.

6. 사람들에게 희망과 동기부여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등등..


도대체 그런 일이, 그런 물건이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있었습니다.

이미 생산되어 즉시 매출이 가능한, 아주 훌륭한 물건이 이미 우리 손에 쥐여 있었습니다.

(9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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