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스코프, 4D, ScreenX... 모두 영화의 다양한 포맷을 뜻하는 말이다. 영화가 대중적이 됨에 따라, 관람객들을 위한 다양한 포맷 또한 증가했다. 그러나 모든 영화 형식이 성공한 것은 아니며, 그중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도 있다.
3D는 1950년대부터 널리 사용되어 온 특수한 영화 형식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3D 기술이 디지털로 바뀌긴 하였으나,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3D는 성공적인 포맷이라 말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식으로 3D 영화가 만들어져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제작이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글에서는 3D 영화의 제작이 많지 않은 이유와,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제작되는 이유를 몇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3D는 전통적 2D 영화가 가질 수 없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3D 영화의 첫 황금기였던 1950년대 이전에도, 영화 제작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2D 영화를 만들어왔다. 딥 포커스(deep focus), 점프 컷(jump cut),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와 같은 다양한 기술은 이미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에서 사용되었다(Wakeman 1987). 이것들은 사람들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전략으로, 연극과 차별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의 힘은 작은 2차원 평면의 한계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 시기의 2D 영화는 배우들이 실제로 관객 앞에서 움직이는 듯한 현실감을 제공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텔레비전은 극장을 손쉽게 대체했다. 그러나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 고객들을 극장으로 다시 이끄는 새로운 포맷들이 등장했다. 그중 하나는 시네마스코프로, 화면과 관객 사이의 경계를 허물 정도로 거대한 스크린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시기에 새로 등장한 다른 포맷이 바로 3D이다.
3D의 가장 널리 알려진 현실감을 높이는 기능은 입체 영상을 전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화면 밖으로 물체가 튀어나와 관객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이 있는데, 이 같은 표현은 1950년대에 자주 사용되었다(Rogers 2013). 그 예 중 하나는 영화 <밀랍의 집(House of Wax)>(Andre DeToth, 1953, 미국)에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남자는 관객의 방향으로 패들볼을 여러 번 튕긴다. 공의 전후 움직임은 장면의 깊이를 극대화하고, 공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F4k8aJVNTrs&t=57s
<백 투 더 퓨처 2(Back to the Future Part II)>(Robert Zemeckis, 1989, 미국)에서도 3D 영화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26년 후의 미래 도시를 거닐던 중 주인공이 보게 되는 <죠스 19편>의 광고판은 문자 그대로 주인공을 덮쳐온다. 극단적인 돌출이 가능한 3D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 제작진들은 예측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68yRIE9OvQ&t=66s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오는 물체의 움직임이 3D를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디지털 3D와 애니메이션의 발전이 이루어지며 3D의 활용 범위도 넓어졌다. 영화 <아바타(Avatar)>(James Cameron, 2009, 미국)의 많은 장면에서는 입체 효과가 화면 속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즉, 관객은 화면 밖으로 나오는 물체뿐 아니라 영화 속 세계에서도 입체감을 느낀다. 영화의 씬들에서 공간의 깊이는 벌레, 안개와 같은 작은 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 떠 있음으로써 표현된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이용하여 디지털 3D에서 깊이감과 거리감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공간의 연속체가 구현될 수 있었다(Kehr 2010). 이처럼 3D 연출 및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에서 도출된 시각적 표현법은 다양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3D가 시각뿐 아니라 지각과 촉각을 포함한 다른 감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밀랍의 집>의 예에서처럼 3D는 사물이 관람자의 바로 앞까지 오도록 할 수 있다. 이때 사람들은 실생활과 유사한 입체적인 물체를 접하게 된다. 시각 효과는 관객이 화면에 동기화되도록 하며, 실제로 물체에 닿은 듯한 감각까지 유발한다.
이는 화면의 테두리를 관람자들의 시야 밖에 위치시켜 몰입도를 높이려고 한 시네마코프나 IMAX의 방식과는 다르다(Rogers 2013). 3D는 관객이 다양한 감각을 통해 영화와 입체적 공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포맷임을 이를 통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감각적 특징은 현대에서는 그리 강력한 무기가 아니다. 자리에 설치된 각종 장치를 통해 실제로 촉각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4D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촉각에서 그치지 않고 때때로 후각까지도 자극하는 4D와 비교할 때, 3D가 제공하는 감각은 허상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영화 속 공간의 공유 측면에서도 대체품으로 꼽을 수 있을 만한 포맷이 생겨났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양 옆의 벽에도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ScreenX가 바로 그것이다. ScreenX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화로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Bryan Singer, 2018, 미국&영국)를 뽑을 수 있다. 콘서트 장면으로 유명한 이 영화는 콘서트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벽에 투영해, 영화 관람객들이 실제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아래 영상에서 ScreenX를 활용한 영화 속 장면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lrvVs5cM
ScreenX는 평면적 영상의 크기를 키웠다는 점에서 IMAX와도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스크린 상의 공간에 한정되지 않고 표현의 영역을 영화관까지도 넓혀 관객의 물리적 공간까지도 점유한다는 점에서는 3D와 비슷하다.
3D의 명맥이 이어져 온 것은 예술적 사유 때문만은 아니다. 3D가 1950년대 널리 사용된 중요한 이유는 극장에 대한 수요 증가라는 경제적 목적이다. 아날로그 3D의 상영을 위해 필요한 2개의 릴과 2개의 프로젝터를 갖추기 위해서는 촬영 및 영화관 설비에 더욱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영화는 계속해서 제작되었다. 이를 통해 3D가 극장가와 제작자들에게 투자금을 상회하는 수익을 가져다주었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1953년에 제작된 3D 영화 <밀랍의 집>은 1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37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Box Office Mojo, n.d.).
자본의 투자는 아날로그 3D에 한정되지 않고, 디지털 3D에서도 나타난다. 2008년, 네 개의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월트 디즈니 컴퍼니, 20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가 10,000개의 극장을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계약을 발표했다(Halbfinger 2008a). 그 당시 미국 전역의 약 37,000개의 영화 스크린 중 4,600개만이 디지털로 전환된 상태였으며, 또한 3D 시스템을 설치한 곳은 900개 미만이었다. 디지털 프로젝션이 디지털 3D 영화의 상영에 필요함을 고려하면, 기반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2009년에는 다양한 3D 영화가 여러 스튜디오들에서 나올 예정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롤(A Christmas Carol)>(Robert Zemeckis, 2009, 미국), <몬스터 vs 에이리언(Monsters vs. Aliens)>(Conrad Vernon, Rob Letterman, 2009, 미국), <아바타>를 비롯해 약 10개의 3D 영화의 개봉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향후 원활한 상영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었다(Halbfinger 2008b).
결과적으로 <아바타>는 역사적인 흥행 성적을 이뤄냈으며 3D 영화의 붐을 다시 한번 일으켰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23년에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Fast X)>(Luis Leterrier, 2023, 미국)를 포함한 많은 상업 영화들이 3D로 개봉되고 있다. 3D 영화의 제작 및 상영에 대한 투자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스튜디오의 예측을 보여준다.
관객을 극장가로 더욱 유인하기 위해 3D는 다른 표현 방식과 결합되기도 한다. IMAX와의 조합은 한 예시이며, 이에 해당되는 영화로는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Robert Zemeckis, 2004, 미국)가 있다. 이 영화는 표준 극장 2D 35mm 포맷과 IMAX용 3D 버전의 포맷으로 출시됐는데, IMAX 3D 포맷이 2D 버전보다 10배 많은 수익을 올렸다(Belton, 2012). 포맷 조합의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3D 영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제적 측면에서 매력적일까? OTT 및 VOD 서비스의 보편화에 따라, 핸드폰이나 텔레비전 등의 ‘간편한’ 매체를 통해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집과 영화관의 경계는 1950년대보다 크게 감소했으며, 자연히 영화의 2차 시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각 개인이 가정에서 영화를 소비함에 따라 얻는 수익을 회사가 간과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가정에서 3D 영화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3D TV, 3D용 안경 등의 ‘번거로운’ 준비물이 필요하다. 개인이 구현하기 어려운 3D의 시청 환경은 3D 영화의 상영 가능 공간을 한정시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데에 큰 역할을 하나, 필연적으로 2차 시장을 축소시킨다. 동시에 필요한 제작 비용 또한 상승시켜 공고한 제작의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2D 영상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3D 영상 콘텐츠의 수가 이를 방증한다. 일반 텔레비전과의 차별성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것이다.
3D는 예술적 측면과 상업적 측면 모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입체적 표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2D 영화의 한계에서 벗어났다. 깊이감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간이 지나며 고안되었다. 물체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거나, 스크린 너머를 작은 부유물로 채우는 것이 그 방식이다. 이러한 입체적 특성은 관객의 시각적, 촉각적,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3D는 또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아날로그 3D는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을 내며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 3D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도 스튜디오는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하며 비용을 지불했으며 실제로 이득을 거둘 수 있었다. 관객을 더욱 끌어오기 위해 3D를 IMAX 형식의 와이드 스크린에 상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3D가 성공해 온 이유를 보여준다.
그러나 3D 영화의 인기는 오늘날 주춤하고 있다. 텔레비전과는 차별화된 표현이 가능한 4D, ScreenX 등의 많은 포맷이 출시되어 3D 영화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차 시장에서의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편, 높은 제작비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제작이 꺼려지는 이유이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3D 영화는 여전히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니고 있음은 자명하다. 3D 영화의 상영이 언젠가 다시 늘어날 날을 기대해 본다.
References
Belton, John (2012). ‘Digital 3D Cinema: Digital Cinema’s Missing Novelty Phase’. Film History. 24(2): pp.187-195.
Box Office Mojo (n.d.). House of Wax. [online] Available at: https://www.boxofficemojo.com/release/rl1314424321/ [2023년 5월 21일 접속].
Halbfinger, David M. (2008a). ‘Studios Announce a Deal to Help Cinemas Go 3-D’ [online]. The New York Times. Available: https://www.nytimes.com/2008/03/12/movies/12scre.html [2023년 5월 22일 접속]
Halbfinger, David M. (2008b). ‘With Theaters Barely Digital, Studios Push 3-D’ [online]. The New York Times. Available: https://www.nytimes.com/2008/03/13/movies/13show.html [2023년 5월 22일 접속]
Kehr, Dave (2010). ‘3-D or Not 3-D’. Film Comment. 46(1): pp. 60-67.
Rogers, Ariel (2013). Cinematic Appeals The Experience of New Movie Technologies. Columbia University Press.
Wakeman, John (1987). World film directors. New York: H.W. Wi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