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후기. 2024/06/06 관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나치, 그중에서도 홀로코스트는 굉장히 많이 다뤄진 역사적 사건으로 거의 장르화까지 이루어졌다. 관련 작품을 거의 보지 않은 내 입장에서도 익숙한 사건이므로, 영화 안에서 적나라하게 학살이 묘사됐다 하더라도 이에 관해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홀로코스트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에 관한 묘사는 철저하게 배제한다. 끝까지 얼굴 한 번, 시체 한 번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관객들은 관람 내내 벽 너머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집으로 전달되는 물품, 벽 너머의 불빛,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막연하게 현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줄 단서들은 관객에게 계속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기억하라 말한다.
마지막에 구토하는 장면이 좋았다. 비록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었으나 그들 가족이 무엇을 짓밟고 살아가는지를 알고 있기에 영화가 끝까지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나온 스스로의 행동에 역겨움을 느끼는 모습과, 이어 나온 그 흔적들(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영화와 나 사이의 거리를 그나마 약간 줄여주는 기분이었다. 등장인물의 악행과 관련된 요소가 제일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에서 거리감을 덜 느끼게 된다는 게 어째 아이러니하다.
The Zone of Interest
한 줄 요약: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별점: ★★★ (3/5)
재관람 의사: 좀 힘들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면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