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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진 Oct 04. 2024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2007) 후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리스 신화 같은 작품이다. 많이들 죽는다는 얘기이다. 기본 설정이 '이발소에 찾아오는 연고 없는 손님을 죽인 후, 파이 재료로 사용한다'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인물 말고도 엑스트라도 많이 죽는다.


 그런데 후기를 쓰려고 생각하다 보니 이 설정 어딘가 이상하다. 주인공 스위니 토드는 자신의 아내를 탐내고 파티 한가운데에서 강간하기까지 한 터핀 판사에게 복수하려고 하며, 그 현장을 보고도 웃기만 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도 분노를 품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해, 터핀 판사가 이발소에 다시 찾아오기 전까지 이발소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죽인다.


 판사 외의 사람들도 죽일 결심을 하며 부른 <Epiphany>, 손님들을 죽이며 부르는 <A Little Priest> 등의 씬에 비추어 볼 때 토드가 죽이는 주요 계층은 다음과 같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혼자 이발소를 찾은 사람이다. 이발소 의자에 앉은 사람이 방심하고 있을 때 죽이는 것이니만큼 다수의 목격자는 처리하기도 힘들다. 없어져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다니지 않을 만한, 피렐리 같은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귀족 및 부유층이 있다. 그들은 터핀 판사 사건의 방관자이자 욕심 많고 부패한 계층으로 묘사된다. 토드가 복수하고 싶어 할 법한 인간 군상들이다. 그게 아니라도, 일반 서민층보다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자들이 이발소를 더 많이 찾을 것이다.


 이 두 번째 조건을 고려할 때 이상한 점이 생긴다. 귀족이나 부유층일수록 같이 다니는 시종이 많은 법이다. 시종 없이 혼자 이발소를 찾았다고 해도, 떠돌이와 달리 가족이나 고용인 등이 금방 그들을 찾기 시작할 것이고 마지막 행적이 이발소라는 것도 쉽사리 알아낼 것이다. 수상하기 그지없는 이발소다. 아무리 솜씨가 좋다고 해도 가기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발소에는 많은 사람이 온다. 정확히 묘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황을 이루는 파이 가게의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의 고기를 이발소에서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추측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사실 스위니 토드 이발소에서 사람이 죽는 걸 써먹는 사람들이 있는 거 아니었을까? 상속 등의 문제로 죽이고 싶은 정적을 홀로 이발소로 보낸 후, 마지막 행적을 적당히 무마하기만 하면 이 이상의 완벽 범죄도 없다. 운 나쁘게 토드가 잡힌다고 해도, 본인한테까지 불똥이 튈 일도 없으니 더욱 완벽하다.


 영화에서 부자 계층만 죽인다고 묘사된 것도 아니니, 그냥 적당한 무연고자면 구별 없이 죽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더 재밌는 관계로 당분간은 이 이론을 밀 예정이다. 직접 영화를 보며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해 주기를 기대하겠다.


 이대로는 무슨 영화인지 전혀 전달되지 않을 것 같은 관계로 몇 줄 더 적겠다. 넘버들이 좋다. 어두운 분위기에 어두운 상황인데 부드러운 노래가 나오는 아이러니한 경우들이 무척 인상 깊다. 영화 톤이 시종일관 어둡고 흑백에 가까워서 피가 더 눈에 띈다. 토드보다 러빗 부인이 더 미쳐있다. <By the Sea>에서 그 끝을 볼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생각나는 러빗 부인의 최후가 기억에 남는다. 팀 버튼 아트북 마지막에 실린 이 장면과 관련된 그림을 생각하면서 봤다. 감독이 그 장면 찍으면서 되게 좋아했을 거 같다. 제일 마음에 든 장면은 <A Little Priest>와 <God, That's Good!>이다. 둘 다 신나서 좋았다.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두 줄 요약: 사람이 불빛에 이끌린 나방떼처럼 죽는다.

감독 취향 반영 100%


별점: ★★★☆ (3.5/5)


재관람 의사: 있음. 일단 뮤지컬 영화라서 돌려보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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