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진 Aug 02. 2022

식인 외계인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2021) 후기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1편의 단점 보완보다는 흥행 요소 강화에 중점을  듯했다. 베놈과 에디의 캐릭터를 최대한 부각하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이루어져 있었다. 1, 특히 1 후반부에서는 베놈이 너무 순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다소 미묘했다. 영화 초반부에서 썩은 닭고기를 뜯어먹는 무시무시함을 강조하던 캐릭터가 갑자기 후반부에 바뀐 게 어색했다.


 그런데 2편에서 확실하게 귀여운 쪽으로 노선을 잡고 캐릭터를 밀자 오히려 괜찮았던  같다. 베놈과 에디의 상호작용은 1편에서 호평받은 부분이었는데, 2편의 티키타카 하는 모습도 재밌었다. 둘이 싸울 때 에디가 베놈 머리채 잡고 싸울 기세에 한마디도 안 지려고 하지만 철저하게 패배했단 사실이 웃기다.


 그리고 베놈이 인간의 감정과 생활이란 걸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있단 게 놀라웠다. 식용으로 키우던 닭을 친구 삼고 앤이랑 에디를 이어주려고 하는 데다가, 무엇보다 인간이 큰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를 차려냈다? 사람의 마음에 그치지 않고, 식사와 그에 수반되는 과정까지도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마음보다 식사를 중요하게 취급한 것 맞다. 그렇지만 식인 외계인이란 게 베놈의 유구한 정체성인데, 마음의 동조를 식습관의 동조보다 중요하게 취급해준다면 그게 오히려 베놈에 대한 실례 아닐까. 그리고 심적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1편에서 이미 나름대로 나왔었다.)


 주인공 외에도 댄과 앤의 캐릭터도 좋았다. 앤은 1편의 조력자로서의 모습이 잘 이어져 왔다고 느꼈다. 댄은 1편보다 분량이 늘어났는데, 이 사람의 소소한 개그들이 웃겼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영화를 볼 때는 보통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응원하게 되지만, 댄이 에디보다도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주인공을 응원할 마음이 안 들었다. 에디와 앤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플 성사를 응원하는 마음도 2편으로 넘어오며 급격히 줄었다. 베놈이 인정했다는데 필자가 무슨 말을 더 얹어야 할까.


 스토리는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난 재밌게 봤다. 애초에 스토리는 기대를 안 하고 갔기 때문인 것 같다. 짧은 러닝타임을 굵직한 사건들로만 채워 놓았고 숨 돌릴 틈이 없었으나, 여기서 시간이 더 길어져봤자 지루해지기만 하고 퀄리티가 더 좋아지진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시끄러운 전투씬이 연속해서 나왔기에, 마지막에 가서는 귀가 아팠다. 전투씬은 비주얼이 괜찮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베놈과 카니지의 색깔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 1편에 비해 피아식별이 편했던 점, 촉수 같은 모습으로 신체를 변형시켜 싸우는 비인간적인 카니지의 전투 스타일, 스파이더맨 3을 오마주한 것 같은 성당 종이 울리는 장면이 특히 좋았던 점들이다.


 카니지가 보낸 편지를 읽는 장면도 영상미가 좋았다. 애니메이션의 펜선이 살아있는 그림체와 장면 연출이 재밌었다. 특히 감옥에서 파리를 뭉개는 장면이 나온 직후, 편지에 벌레 시체가 눌어붙어 있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왤까. 글을 쓰면서도 모르겠다... 어쨌든 애니메이션 장면만 따로 몇 번 더 보고 싶다.


 쿠키 영상 내용은 알고 갔지만, 직접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이후 마블과 소니 영화의 세계관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었다. 덕분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기다렸었다.


 그냥 딱 기대한 정도의 영화였다. 보고 있으니 시간이 되게 잘 갔고, 스트레스 풀렸고, 재밌었으니 됐다는 느낌이다.


 이걸 식인 외계인 영화라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이번 편에서 사람 먹긴 했던가?



Venom: Let There Be Carnage


세 줄 요약: 캐릭터들이 웃기다.

낮은 기대치였지만, 어쨌든 기대한 만큼은 했다.

식인 외계인 영화는 아니다.


별점: ★★★ (3/5)


재관람 의사: 머리 비우고 싶을 때 보겠다.



-2022.08.15. 추가

파리가 아니라 거미를 뭉갰다.

사람을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남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