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 이데올로기(2)

비트코인의 상승은 ‘성장’이 아닌 ‘구조’

by 홍진

지난 글에서 우리는 '돈'의 탄생 과정을 통해 피할 수 없는 화폐 가치 하락, 즉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방어(헤징)하기 위한 자산에 기꺼이 투자를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자산으로는 주식,부동산, 금(Gold), 그리고 채권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모으는 "비트코인"은 과연 어떨까요?


위에서 말한 실물자산 및 다른 투자 상품들과 비트코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본적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실물과는 연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은 땅과 건물이라는 실물자산과, 금은 자체적인 희소성과 공업적 활용도가 있으며, 채권은 국가의 신용력을 기반하고 주식은 기업의 실적과 연결되지만, 정작 비트코인은 그런 연결고리가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허구', '사기', '실물이 없는 그저 사이버 머니' 정도로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시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했었습니다.


[두 가지 비판적인 퀘스천]


1. 실물이 없는 디지털 속 숫자 데이터 덩어리가 왜 가치가 있는가?


2. 가치가 있다고 치고, 왜 지금의 가격보다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라가야 하는가?


1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기에는 다소 철학적이고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 2번. 만약 가치가 있다는 것을 먼저 가정하여 이번 글에서는 2번의 퀘스천에 대해 이야기를 적고, 후에 1번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 나갈 생각입니다.


저는 이 비판적인 퀘스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비트코인 탄생 배경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9월 15일, 세계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약 700조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했던 거대 금융기관의 몰락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참사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결정적인 신호탄이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누적시킨 탐욕, 도덕적 해이, 그리고 비합리성이 폭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무엇이었고, 왜 시장이 붕괴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모습을 풀어보겠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무엇인가?


서브프라임(Subprime) : 대출자의 신용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을 의미

모기지(Mortgage) :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 담보 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 :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제공된 주택 담보 대출


즉, 신용도가 낮아 돈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위험한 대출이 막대하게 풀리게 되었을까요?



[초저금리 정책과 부동산 광풍]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로 미국 경제가 위축되자, 미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6%대에서 2003년 6월 1%까지 파격적으로 낮춥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려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외형적인 지표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초저금리 덕분에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집값은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1991년 100이었던 주택 가격 지수는 2007년에는 227로 치솟았습니다. 이자도 싸고 집값도 계속 오르니, 사람들은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 했고, 은행은 "집값은 절대 꺾이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 아래 돈을 마구 퍼주기 시작했습니다.


[부실 대출을 '황금'으로 둔갑시킨 증권화 마법]


문제는 은행의 탐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장기 대출인 주택 담보 대출에 돈이 묶이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은행은 대출의 위험을 투자자에게 떠넘기고 빠르게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바로 대출을 묶어 증권으로 만들어 파는 유동화 전략입니다.


1. MBS와 CDO: 위험을 포장하고 재포장하다

MBS (주택저당증권): 수백 수천 건의 주택 담보 대출을 묶음으로 포장해 투자자에게 판매합니다. 투자자는 개별 채무자가 낼 이자를 수취하게 됩니다.


CDO (부채담보부증권): 문제는 MBS 중 인기가 없는 서브프라임 등급의 하위 대출만 따로 모아 다시 새로운 상품으로 묶어 만든 것입니다.

이들은 "미국 전역의 수많은 대출이 묶여 있으니, 설마 모든 사람이 동시에 부도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논리로 CDO에 트리플 A(최우량)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2. 끝없는 재활용: 서브프라임 대출의 무한 증식


CDO에서 팔리지 않은 하위 트렌치를 다시 묶어 또 다른 CDO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반복되었습니다. 부실한 서브프라임 대출은 이렇게 합쳐지고 쪼개지고 재활용되며 사이즈를 키워갔고, 촘촘하게 연결된 아슬아슬한 금융 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집값 하락과 연쇄적인 붕괴]


1. 디폴트 선언과 금리 인상

2006년 말부터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집값 대부분을 대출로 샀던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집값이 대출 잔액보다 낮아지는 역자산 상태가 되자 상환 의지를 상실하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대출은 초기 저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였는데, 당시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이자 부담액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대출자들은 빠르게 무너졌습니다.

2.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

대출 연체와 부도가 늘어나자, 이 부실 대출을 묶어 판매했던 MBS와 CDO의 가치는 폭락했습니다.

이들 상품의 부도에 대비한 보험 상품이었던 CDS(신용 부도 스와프)의 지급 요청이 폭증했고, CDS를 팔았던 AIG 같은 대형 보험사나 금융기관은 지급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결국 2007년 뉴센추리 파이낸셜 파산, 2008년 베어스턴스 몰락을 거쳐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탐욕스러운 은행, 무능한 신용평가기관, 태만한 정책 담당자, 그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순진한 주택 구매자들까지 모두가 공범이었던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미국은 다급하게 구제금융을 가동했고, 연준은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 완화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회복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S&P 500 지수가 고점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약 6년(2013년 3월)이, 부동산 시장이 고점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이 위기는 또다시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습니다. 자산 증식의 기회는 중산층 이상에게 돌아갔고, 일반 서민들은 자산 축적의 기반을 상실했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왜 비트코인을 만들었을까?


필자는 비트코인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물을 이 해당 모기지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 혹은 이 사건을 통해 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발심이 가장 강한 인물 또는 단체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백서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 핵심은 바로 '신뢰'의 주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은행, 정부, 중앙은행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rusted Third Party)'**에게 의존하며 돌아갑니다. 하지만 2008년 사태에서 보았듯이, 이 '신뢰할 수 있는 주체'들이 탐욕과 무능으로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기존 중앙 금융 시스템의 실패와 탐욕에 대한 근본적인 반발심으로 설계되었기에, 그 성격 자체가 현 금융 시스템의 통제와 리스크로부터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되는 자산으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본 탄생 자체가 기존 통화 시스템과 반대로 움직이는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며, 발행 속도마저 예측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서두 혹은 지난 글에 언급한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실물경제에 유통되는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이처럼 희소성을 갖춘 비트코인이란 자산(금,부동산과 마찬가지로)은 법정 화폐의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 단계부터 갖추고 태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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