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빛
꼬불깐 왕자님
막내 사위가 붙여 준 별명
아버지만 모르는 비밀이다
떡은 네모 반듯해야 하고
포크는 가지런해야 하며
손가락은 안 된단다
물 가져와라
이것 가져와라
종그락 부리듯
제 몸 하나 귀히 여긴다
못마땅한 딸내미는
눈을 흘기고
입꼬리를 씰룩거린다
그런데
대 반전이다
꼬왕이
몸소 설거지를 한다
손목에 보조기 차고 나타났을 땐
어쩌냐, 한숨부터 쉬던 양반이
이제는 말없이
빈 그릇을 챙겨
개수대로 향한다
젓가락질 서툰 손에
마나님이 반찬을 얹어 주던
그 손으로
설거지를 한다
엄마는
아버지의 손이 되어 주고
아버지는
딸내미의 손이 된다
그렇게
틈을 메우며
다정한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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