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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Dec 03. 2024

수험서와 키보드

정지우 작가와의 인터뷰 후기

-지학사와 함께 'OOO의 교과서'라는 영상 인터뷰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부제는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인터뷰 기획과 진행을 맡았다. 영상 인터뷰는 텍스트 인터뷰와 문법이 완전히 다르다. 텍스트 인터뷰는 인터뷰 내용 중에서 쓸 만한 것을 뽑아낸다면, 영상 인터뷰는 뽑아낼 것을 인터뷰한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업이라면, 특히나 요즘처럼 긴 영상을 보지 않는 시대의 영상 인터뷰는 시청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 고도로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상 편집은 영상 촬영팀에서 맡고 있는데 촬영 과정, 편집 과정을 보면서 매번 많은 것을 배운다. 


-네 번째 'OOO의 교과서' 인터뷰 주인공은 정지우 작가였다. 2012년 <청춘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그럼에도 육아><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등 20여 권의 책을 펴낸 그는 작가 겸 변호사 그리고 아빠이다. 


-그가 쓴 ‘그럼에도 육아’라는 글을 본 것은 인스타에서였다. 정지우 작가 @jungjiwoowriter 는 이 글이 자신이 쓴 글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글이었다고 말했다. 비혼과 비출산이 ‘고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정지우 작가는 아이라는 존재에 나를 내어주면서 느끼는 특별한 행복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이 글에서 짙게 밑줄을 그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삶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이라고,
가치 있는 모든 것은 어렵다고 말이다.
-정지우 <그럼에도 육아> 중에서” 



-정지우 작가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사는 방법에 관해 꾸준히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잭팟 같은 성공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엉망진창스러움을 사랑하면서 시도하고 실패하며 나라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삶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함께 말하는 정 작가의 글은 단정하고 따스하다. 


@홍밀밀


-인터뷰 장소에 정지우 작가는 빽빽하게 글씨가 적혀 있는 너덜너덜한 수험서, 이가 다 빠진 블루투스 키보드를 들고 왔다. 누군가는 변호사라는 직업과 1년에 몇 권씩 책을 내는 그의 성취만 보겠지만 그 무엇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쌓은 것만이 나의 세계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결국 나는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매번 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지우 작가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내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구나’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많았다. 누군가에게도 이 인터뷰가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는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인터뷰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X83ch7KZRYg?si=ZEiuLILhuR8WGe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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