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취향] 선우정아 Serenade
사무실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수다 소리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조용히 해달라는 말은 못 하고 미친년처럼 타자를 두드렸다. 입에서 당장이라도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탁탁! 타다닥!!!”
뒷자리가 조용해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내가 망가지고 있구나. 또 한 번 퇴사를 결심한 날이었다. 또 결심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사람이 싫어질 때다. 그 사람의 행동,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실망하고 상처 받고 험담하고 눈치 보고.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을 왜 그리 미워했는지, 그게 그렇게까지 미울 일이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여러 번 이직 끝에 회사 생활을 청산한 친구는 말했다. 회사 다닐 때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게돼서 힘들었다고. 쟤는 왜 저러고 살까, 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사무실에서도, 사무실을 벗어나서도 하루 종일 늘 화난 상태였다고. 퇴사한 지 한참이 지나서도 부정적 에너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아 괴로웠다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에너지는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내가 너무 후진 인간이 되는 기분. 친구는 이제 타인에게 향하던 부정적 에너지를 나 자신을 위해 긍정적으로 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악마조차 울고 갈 만한 욕심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웬만하다면 다 거기서 거기야
그냥 모두 다 잘 지냈으면
내가 싫어하는 걔조차도”
사무실에서 인류애가 필요할 때, 후진 인간이 될까 두려울 때. 선우정아의 세레나데를 듣는다. 그냥 모두 잘 잤으면. 부디부디 평온하게.
그냥 모두 다 잘 잤으면
부디 모두 다 평온하게
Don’t, don’t hurt yourself
No, no, that’s not a way
진짜 요즘엔 어디를 가도
모두 다 잔뜩 찌푸린 얼굴 뿐야
봐 말 끝에는 다 한숨이 붙어
모른 척 할 수 없는 냄새가 나
힘든가봐 다들 위태로워 보여 세상 누구도
도울 수 없는 각자의 고민들 부질없지만 But I just pray
그냥 모두 다 잘 잤으면
부디 모두 다 평온하게
Don’t, don’t hurt yourself
No, no, that’s not a way
아까 퉁명스럽던 카페 알바생
뻔뻔한 새치기 했었던 중년 선배들
대뜸 성질부터 내던 택시 기사님
도통 말이 안 통하는 일터의 빌런
뭐 저런 사람이 다있어
난 저렇게는 살지 않겠어
어릴 땐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자라면서 점점 보여
모아도 모아도 모자란 돈
살아남기 위해 각박해진 삶
상처가 무서워 휘두르는 말
비극이 가득차 있어 모두의 비하인드
악마조차 울고 갈 만한 욕심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웬만하다면 다 거기서 거기야
그냥 모두 다 잘 지냈으면
내가 싫어하는 걔조차도
그래도 모두 다 잘 잤으면
나를 싫어하는 쟤조차도
그냥 모두 다 잘 잤으면
부디 모두 다 평온하게
Don’t, don’t hurt yourself
No, no, that’s not a way
[홍의취향] 잡식성 취향 큐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