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후반이라 다행이야

by 홍난영

저는 싸움을 싫어하고, 내 세상에 빠져있어 상대방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영 부실합니다. 싸움도 소통의 하나인데 그마저도 회피하다보니 소통에 약합니다. 사람들의 심리 같은 것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유기동물을 돕는 일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습니다(아, 학생 때 빼고요).


그중에는 난해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저에겐 난코스죠. 그런데 신기한 건 이젠 어느 정도 대화가 되더라는 겁니다. 제 주장도 할 수 있고, 상대방의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너무 난해한 사람이라면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릴 때, 정확히 말하면 삼십 대까지만 해도 저는 제 주장도 제대로 못하면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팽, 해서 때려치우거나 매일 밤 술을 마시며 고뇌하면서 그 관계를 어쩔 수 없이 지속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만두는 걸 반복했죠.


되돌아보면 그래서라도 발전이 없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법 등등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왜 변했을까요?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나이를 먹은 만큼 저도 경험이 쌓여왔겠지요. 이제는 어느 정도 상대방이 보입니다. 물론 그걸 이제 깨닫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느린 거지만 아무튼 좀 보입니다.


그리고 더 웃긴 것은 이제 어지간하면 상대방이 제 밑이거나 또래라는 겁니다. 그게 꽤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줍니다. 웃기죠? 저도 웃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제가 마흔 후반인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때려치우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가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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