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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Oct 10. 2016

공부가 빛이라면 나는 프리즘이어야

책,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을 읽고

몇 달 전부터 도서관에서 내 눈에 자주 보이던 책이었다. 공부법에 관심이 많아서도 그렇겠지만 어쩐지 나를 졸졸 쫒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나 좀 읽어봐. 쫌 읽어보라규! 


결국은 그 책을 빌려왔다. 내 마음은 반반이었다. 궁금함 반, 그러려니 하는 마음 반.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꽤나 재미있었다. 이 책은 조한별이라는 청춘이 '세인트존스'라는 대학에 가서 경험한 그 대학의 공부법과 대학 시스템에 대해 알리는 책이다. 미국에 있는 대학인데 같은 이름의 대학이 또 있나 보다. 저자가 다녔던 학교는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 있는 거고 뉴욕의 세인트존스 대학교와는 다르단다. 어쨌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대학은 4학년까지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 메인이다. 그 외에도 세미나, 스터디 그룹, 클럽 등이 있으나 고전 100권이 역시 그 대학을 설명해주는 포인트일 것이다. 100권을 전부 완독 하는 건 아니란다. 때에 따라 적절하게 편집되어 있단다. 그게 이 학교만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는 이 대학에 갔으면 완전히 짜증 나 했겠지만 - 미국 대학이 아니라 한국 대학이라고 치자. 영어는 괴롭다 - 지금의 나는 완전 환장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등록금 내주고 생활비 준다는 전제 하에. -.- (그러니까 그냥 꿈일 따름이다)


이 책 한 권에서 한 문장만 뽑으라면 나는 이 문장을 선택하고 싶다. 


길에서 똥 싸고 있는 개를 봤다. 당신은 생각한다. ‘개가 똥을 싸네.’ 이때 당신이 한 생각은 thinking이다. 그리고 당신은 또 생각한다. ‘아, 더러워.’ 이때 한 생각이 바로 contemplating의 결과, 즉 내가 도달한 의견이다. 심사숙고는 각자만의 의견, 가치관을 낳는다. ‘진짜 생각하기’란 똥이 더럽다는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해나가는 생각의 과정이다. p.50


결국 이 대학이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은 contemplating을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문장을 건진 것만으로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아직 contemplating 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난 영어를 잘 모른다. 저자가 그렇다니까 그런 뜻이 있는 줄 아는 거다)


제주의 바다를 볼 때 난 무지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올린다. '우와, 예쁘다~~' 그리고 끝. 바다는 좋아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물론 1분 1초 모든 것에 반응해야 한다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적당히 thinking 해야지. 가끔은 contemplating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제주바다 사진 두 장 투척. 한 장은 정 없으니까.



아, 그리고 또 하나 기분 좋았던 것. 세인트존슨 대학에서 지향하는 게 나랑 비슷했다는 거다. 내가 책 한 권을 골라서 '문답집'을 만들며 파고드는 것처럼 그들도 고전을 읽고 토론을 하며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고 해결하고,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의 문답집은 나만의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까지 동일하다. 다만 나 혼자 하고 있으니 그들처럼 토론할 순 없다. 그래도 뭔가 뿌듯했다고나 할까. 그래. 내가 공부하는 방법이 완전 또라이같은 건 아니었어. 다행이야. 눈물 찍. 



그래서 정리해보자면 공부가 햇빛이라면 나는 프리즘이어야 한다는 거다. 프리즘에 빛을 통과시키면 무지개빛이 나온다. 요즘도 프리즘 배우나? 나 학생 땐 배운 거 같은데... 


이것이 프리즘


어쨌든, 뭉쳐있는 공부(정보/지식)이 들어오면 나는 프리즘이 되어 그것을 받아 안고 내 빛으로 전환해서 내보내야 한다는 거다. 음...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정한 나의 컬러를 내보내려면 무지개색이 아니라 그중 한 두 개여야 할 것 같긴 하다. 암튼 원리는 그렇다는 거다. 이게 contemplating가 아닐까. 그리고 책을 읽고 스스로 질문 던지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contemplating의 근육이 붙는 게 아닐까라는 거. 


그러고 보니 나 이 책을 읽고 contemplating 한 거 같다.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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