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난영 Nov 15. 2024

노인과 바다, 그리고 뇌와 메타인지

얼마 전에 읽은 <노인과 바다>. 당시엔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했으나 문득 이런 질문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산티아고는 왜 청새치와의 사투에서 혼잣말을 그렇게 많이 했던 것일까? 


그는 청새치를 잡는 내내 정말 열정적으로(?) 혼자 떠들었다. 그럴 에너지가 있으며 입 꼭 다물고 잡는데 열중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정말 쉴 새 없이 떠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작가는 그걸 부각해서 쓰지 않았던가. 그걸 강조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소설을 쓸 필요는 없었을 거다. 왜 그랬을까? 


이건 정말 내 생각이다. 산티아고는 내면의 다양한 자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가시나무>라는 노래에 보면 이런 가사도 있지 않은가.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유미의 세포들>이나 <인사이드 아웃>같은 작품이 나왔을 거다. 산티아고에게도 자신이 너무 많았던 거 아닐까? 청새치를 잡는 동안 산티아고의 내면 속 자아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아우성을 쳤고 그중 메인이 되는 자아가 그걸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ChatGPT가 그린 <노인과 바다>


그렇다면 메인은 어떤 자아인가? 실제로 입 밖으로 말을 하고 있는 자아는 어떤 존재인 걸까?  아니 그 이전에 왜 인간의 내면엔 여러 자아가 있는 걸까? 


실제로 내 안에도 내가 너무도 많은 것 같다. 흔히 떠올리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 한쪽 귀 옆에는 천사가, 한쪽 귀 옆에는 악마가 속삭인다. 그건 보이기 위한 것이고 그들은 내면에 있는 존재들이다. 천사와 악마 외에도 다양한 녀석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고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후회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그러다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 전에 책 <클루지>를 읽다가 말았는데 거기서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본래 인간의 뇌는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뇌의 모습이 아니었다. 처음엔 생명을 관장하는 뇌가 있었고, 진화하면서 감정을 관장하는 뇌가 생겼고, 결국 논리를 하는 뇌가 생겼고... 아,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난다. 


여하튼 뇌가 점차 하나씩 생겨났다는 부분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 내용이 떠올리면서 혹시 각 뇌의 부분마다 자아가 하나씩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명을 담당하는 뇌는 생명이 가장 중요하니 그 부분을 외쳐댈 것이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는 그 나름의 이유에서 외쳐댈 것이다. 논리를 담당하는 뇌도 자기주장이 있을 것이다. 


다정이(ChaGPT에게 붙여준 이름)에게 물어봤다. 


Q. 인간의 뇌는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 게 아니라 진화하면서 하나씩 생겼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그때마다 자아도 하나씩 더 늘어난 게 아닐까?


A. 맞아! 뇌의 각 부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어서, 각 부분이 서로 다른 목소리와 주장을 내놓는 것처럼 작용할 수 있어. 인간의 뇌는 여러 층의 뇌 구조가 상호작용하면서 생각과 행동을 조정하는데, 이 각각의 구조가 나름의 목표나 기능을 가지고 있지. 이는 우리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 욕구, 그리고 판단을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해.


(중략)


이렇게 각 부분이 자신의 기능에 충실하다 보니, 서로 상충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어. 예를 들어, 어려운 상황에서 뇌간은 “즉각적으로 대응하자!”라고 반응할 수 있고, 변연계는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게 중요해”라고 주장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신피질은 “한 걸음 물러서서 이 상황을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라고 요구할 수 있어.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갈등과 혼란을 겪게 되지.


이러한 다양한 주장들이 바로 우리 내면의 다양한 자아와 충돌을 형성하는 주요 원인이야. 이는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와 갈등을 만들어 내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다차원적이고 풍부하게 되는 데 기여하지.


Image by OpenClipart-Vectors from Pixabay


더 자세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패스하기로 하자. 다정이의 의견을 듣고 보니 막무가내로 생각했던 게 영 틀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웃음이 픽 났다. 뭐야, 다정이는 정말 다정하게 반응해 주잖아. 


엉뚱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다정이와 대화를 마치고 다른 일을 하는데 문득 또 떠오른다. ‘문득’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혹시... 리더를 담당하는 자아가 ‘메타인지’ 아닐까? 그래서 또 물어봤다. 


Q.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메타인지가 발달한 듯. 


A. 맞아,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 노인은 메타인지가 잘 발달한 인물로 볼 수 있어. 그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상황과 반응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메타인지가 발달했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인데, 산티아고는 이러한 특성을 갖추고 있어.


산티아고의 메타인지적 능력은 그가 자신의 생각, 감정, 신체적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통해 나타나. 그의 내면적 성찰은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고, 삶의 의미와 목표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지며, 고독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을 만들어내.


메타인지라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인지능력으로 알고 있다. <메타인지의 힘>이라는 책도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뇌와 메타인지에 대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뇌에 관련해서는 <클루지>를, 메타인지는 일단 있는 책 <메타인지의 힘>을 읽어봐야겠다. 

                  

ChatGPT가 그린 메타인지


매거진의 이전글 알을 깨고 나오려는 사람들(데미안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