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간호학과에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은?
요즘 전문직을 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간호학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간호사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서 요즘처럼 불경기에도 취업률이 100%에 육박하는 몇 안 되는 직업군이다. 그럼 과연 어떤 학생이 4년제 간호학과에 합격할 확률이 높은지 살펴보자.
올해 2020학년도 입시에서 수도권 4년제 대학의 간호학과 모집인원은 약 1900명 정도 된다. 이 중에서 수시로 1300명, 정시로 600명 정도를 선발한다. 간호학과는 일반적으로 자연계열로 분류되지만 인문계열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수시모집에서 수학가/과탐을 응시하는 자연계열은 440명, 수학나/사탐을 응시하는 인문계열은 250명 정도를 선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공통’으로 분류된 전형이 있는데, 수학 가/나형 선택이 가능하고, 과탐/사탐 중 선택이 가능하다. 이렇게 공통으로 680명 정도를 선발한다.
그러면 ‘인문계열 학생이 무조건 공통으로 보면 유리한 것 아니냐?’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수학가형이나 과탐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있으니 잘 확인하고 지원해야 한다. 역시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시모집에서 종합으로 530명 정도(약 27%), 교과로 490명 정도(약 25%)를 선발한다. 수시모집에서는 논술과 적성고사가 있는데, 논술이 170명, 적성고사가 190명 정도로 선발하기 때문에 올해도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020학년도 입시에서 대학별 모집인원을 살펴보면 수시와 정시를 합쳐서 중앙대가 가장 많은 287명을 선발한다. 그리고 가천대가 255명, 신한대가 90명, 성신여대가 88명, 경희대가 85명, 인하대가 83명, 가톨릭대, 을지대가 각각 80명, 이화여대가 78명, 연세대가 73명, 아주대, 차의과학대가 각각 70명 씩을 선발한다. 이 외에도 서울대, 고려대, 대진대, 한국성서대, 수원대, 인천가톨릭대, 한양대, 평택대 등이 40~60명 정도를 선발한다.
수도권 4년제 간호학과는 가군, 나군, 다군을 모두 합하여 정시모집에서 600명 정도(약 30%)를 선발한다.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은 150명, 인문계열은 143명, 수시와 마찬가지로 공통으로 분류된 전형이 있는데, 300명 정도를 선발한다.
작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교과의 경쟁률은 약 10.2:1, 종합은 약 11.6:1 이었다. 정시는 가군이 8.8:1, 나군은 4.3:1, 다군은 9.5:1 이었다.
나군이 왜 유독 경쟁률이 떨어질까? 정시 나군에 연세대, 고려대, 인하대, 가톨릭대, 가천대가 있다. 간호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묻지 마 지원보다는 실제 합격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간호학과에 합격하는 순간 진로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적성과 논술로도 간호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신과 수능이 자신이 없는 나도 한 번 지원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생각을 본인만 한 것은 아니다. 작년 적성고사 경쟁률은 47.4:1, 논술은 34.5:1 이었다.
적성고사는 쉽게 '미니 수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약 한 시간 동안 수능과 비슷한 유형의 국어, 수학, 영어 문제를 각각 20문제씩 풀어야 한다.
올해는 논술전형 모집인원이 169명으로 작년 180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래서 경쟁률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다. 반면 올해 적성고사 모집인원은 186명으로 작년 140명 대비 꽤 늘었다. 그래서 경쟁률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니 모집인원이 줄어도 경쟁률이 심해지고, 모집인원이 늘어도 경쟁률이 심해진다니 그게 무슨 예측이냐? 생각할 수 있는데, 원래 사람이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느끼지만 고3이 되면, 상황이 절박해지고 마음이 급해지다 보니 무리한 가정을 하고 매우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갑자기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논술 경쟁률에 대해서 물어보면 경쟁률 50:1이 상관없다고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대개 비슷한 답변이 나온다. 본인이 그 1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 판단에 대한 근거는 있는지 물어보면, 논술학원 선생님이 논술 경쟁력이 있으니 열심히 하면 연세대, 한양대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합격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지 않니?라고 말하면 100이면 100 다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얼굴이 어두워진다. 왜 부정적인 얘기를 하냐고 우는 학생들도 있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니?라고 물어보면, 남은 내신에 목숨을 걸어서 1등급대로 올리고, 수능 최저를 꼭 맞추라고 했다는데.. 흐음..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중앙대의 경우 논술과 교과 전형에 수능최저가 걸려있다. 국수영탐(탐구는 2개 평균) 3개합 6등급을 맞춰야 한다. 2,2,2인데, 상당히 높게 걸려 있는 것이다. 3개합 6을 맞추기 위해서는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매우 힘들 것이다.
가천대의 경우 교과 전형에서 국수영탐(탐구는 1개만 반영) 2개 등급합 6이다. 영어 3등급, 탐구 두 개중 하나 3등급, 이 정도면 간호학과를 지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한 번 도전해볼 만할 것 같다.
성신여대 인문계열은 논술과 교과에서 국수영탐(1) 3개 합 7, 자연계열도 논술과 교과에서 국수영탐(1) 3개합 8이다.
가톨릭대는 인문, 자연, 논술, 교과, 학교장추천 전형 다 국수영탐(1) 3개 등급합 6이다.
이화여대, 고려대, 서울대, 인하대, 경희대 등은 다 이 정도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평택대는 적성과 교과에 수능최저가 국수영탐(1) 2개합 6이다.
간호학과는 대학별 수능최저 차이가 다른 학과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소한 3등급 두 개가 필요하고, 많은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교는 2등급 2개 이상을 요구한다.
중요한 약품을 만지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집중력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대학별 합의점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영어 시간에 수학책 가져오고, 수학 시간에 국어책 꺼내 놓고 있던 학생이 간호사가 되어서 내 몸에 중요한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반기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실제 합격자들의 내신 평균이 대학을 지원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대학이라도 전형별로 합격자들의 평균 내신에서 차이가 있다.
이화여대 인문계열 종합전형은 1.67이고 자연계열 종합전형과 논술은 2.0이다.
고려대 자연계열 종합전형은 1.75이고, 자연계열 교과전형인 학교추천I은 2.3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무조건 추천을 받는 게 유리하다.
서울대 지균, 중앙대 논술, 교과, 가톨릭대 모든 전형, 경희대 인문 논술, 인하대 자연계열 교과의 합격자 내신 평균이 2.0 정도이다.
성신여대 인문 논술, 교과는 2.3, 자연 논술, 교과는 2.6 정도이다.
삼육대, 을지대, 가천대, 평택대는 3.0 정도이다.
합격자들의 내신 평균을 정리해보면 상위권 대학의 경우 1점대 중후반에서 2점대 초반까지, 중위권 대학의 경우 2점대 초반에서 3점대 초반까지 분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지원 전략 팁을 얘기해보면 수학 가형에서 수학 나형으로 전환하는 학생의 경우 간호학과 지원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또 국어, 수학은 자신 있는데 영어가 도저히 안 되는 학생의 경우 적성고사가 합격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적성고사는 국어와 수학 두 과목만 들어가기 때문에 높은 경쟁률이라 하더라도 국어, 수학에 높은 학업 성취도를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논술은 수능최저를 맞추는 지원자들의 실질 경쟁률이 10:1 정도이다. 따라서 수능최저를 맞출 수 있는 사람만 준비하기를 권장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간호사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상당히 어려운 직업군에 속한다. 주변에 수간호사로 일하시다 정년하신 분을 아는데, 한 말씀만 드리면 정말 의사 부럽지 않은 것 같다. 잘 생각해보고 간호사가 적성에 맞는다면 한 번 준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대학별로 전형방법이 다양하니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인해서 지원전략을 세우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