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철 Mar 07. 2020

코로나 바이러스 바로 알기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 (feat.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본의 아니게 집에서 독서를 하게 되었다. 시기가 시기인 지라 미생물, 바이러스 관련 책을 두 권 읽었다.


책 난이도를 고려하면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은 입문서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는 그다음에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바이러스란?



  TV만 틀면 나오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알 고 있는 걸까? 바이러스에 관한 몇 가지 상식(?)적인 질문에 답을 생각해보자.


  1) 망원경이 먼저 만들어졌을까? 현미경이 먼저 만들어졌을까?

  2) 바이러스의 크기는 얼마나 작은가?

  3)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생물체인가?

  4)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는가?

  5) 바이러스라는 용어는 누가 처음 사용했는가?


  질문 난이도는 1번이 가장 쉽고 조금씩 어려워져서 5번이 가장 어렵다. 바이러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려면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같은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깊게 들어가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럼 1) 번부터 살펴보자. 찍어도 50% 확률로 맞출 수 있는 문제였다. 정답은 망원경은 1610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갈릴레오가, 현미경은 네덜란드 네덜란드 미생물학자 현미경 제작자인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50년 뒤에 발견했다.


  더 정확히 망원경은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안경 직공인 한스 리퍼세이가 1608년에 우연히 발견했지만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이를 개량해서 천체 망원경으로 개발한 것이다.


  2) 번 문제 정답은 '작다'이다.^^ 문제는 정확히 얼마나 작은지 아는 것이다. 학문적으로 10의 마이너스 몇 승분에 몇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만약 인간의 몸을 운동장 크기로 부풀려진다면, 박테리아는 축구공 정도의 크기, 바이러스는 축구공의 육각형 하나 정도의 크기로 비유할 수 있다. 독일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1밀리리터의 바닷물에서 무려 2억 5천만 개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한다.


  즉 바이러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무지하게 작은 녀석이다. 그러니 천으로 된 마스크나, KF94 마스크나 관계없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다. 


  바이러스를 막는 것이 아니라 침 속에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으니깐 내 몸에서 나가는 침과 다른 사람의 침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3) 번 문제부터 두뇌에 있는 뇌세포가 혼란스러워진다. 생물이란 무엇일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생물일까? 그러면 침팬지, 돌고래는 생각을 하니깐 생명체인데, 과연 오늘 아침에 먹은 느타리버섯도 프라이팬 위에서 볶아지면서 생각을 했을까? 잘 모르겠다.


  과학적으로 정의하자면 생물체의 조건은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첫 째, 유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살아가야 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는 증식을 못 하고 숙주를 통해서만 유전할 수 있다. 그리고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얻지만 광합성이나 호흡이 아니라 숙주에 기생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으로 분류한다. 즉 학자들도 한 마디로 뭐다라고 말하기 애매한 녀석인 셈이다.


  4) 번 질문에 대한 답은 바이러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생명체로부터 빠져나온 유전자 조각이라는 가설이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리하면 학자들도 바이러스가 뭔지 어디서 왔는지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 번 질문에 대한 답은 네덜란드 생물학자 마르티누스 베이에링크이다. 아마 이 이름을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연구에 목숨을 걸었는지 좌우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의 좌우명은 ‘결혼과 과학은 양립할 수 없다’이다. 


  그는 담배 모자이크병의 원인을 밝히는 데 평생을 바쳤다. 담배 잎의 성장을 저해하는 질병 때문에 관련 산업에 종사했던 아버지가 파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동료 연구자들은 어떤 박테리아라가 원인일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런데 베이에링크는 미립자용 여과기를 거친 후에도 담배를 병들게 하는 뭔가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원인이 아주 작은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라면 그 미세한 여과기를 통과할 수 없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것보다도 훨씬 작은 미지의 물질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이 새로운 생명체를 살이 있는 액성 전염 물질일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러면 바이러스는 어떻게 퍼지는 것일까? 그저 공기 중에 날아다니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일까? 어떻게 퍼지는지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지 않을까?


  예컨대 이런 식이다. 맹그로브 숲에 망고를 좋아하는 박쥐가 산다. 박쥐는 나무 꼭대기에 있어서 사람이 따기 힘든 망고에 달라붙어서 갉아먹는다. 그러다가 먹던 망고를 떨어뜨린다. 그 땅에 떨어진 망고를 돼지가 먹는다. 


  그러나 그 먹다가 떨어진 망고에는 박쥐의 침과 피와 오줌이 묻어 있었다. 그렇게 박쥐의 바이러스는 돼지의 몸으로 들어가서 침투하거나, 죽거나, 새로운 환경인 돼지의 몸에 변형된다. 


  그리고 돼지는 도축과 판매를 위해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서 그 변형된 바이러스를  다른 돼지와 사람들에게 전이시킨다. 그렇게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확산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란?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을 읽다가 놀란 부분이 있다.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책에도 나온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이 책은 2005년도에 출판되었다.      


  과연 코로나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는 그저 평범한 감기 바이러스이다. 감기, 장염, 드물게 폐렴을 일으키는데, 치명적인 미생물은 아니다. 보통 감기의 3분의 1 정도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난리가 난 것일까? 이번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이기 때문이다. 엥? 사스는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바이러스인데? 맞다. 


  사실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란 병명이 아니다. 사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해 사스는 숨을 못 쉰다는 증세를 설명하는 용어일 뿐이다. 


  정리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숨을 못 쉬게 하는 감기 바이러스인 셈이다.


  그래서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해하기 위해서 사스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코로나는 아직 진행형이고 사스는 끝났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특성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좋은? 샘플이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 남부의 광둥성에서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이러한 새로운 질병이 발견되었을 때 모든 인류는 두려움에 떨지만, 세계 각국의 의학 전문가들은 초비상이 걸린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일종의 '의학 올림픽'에 참가하는 셈이다. 금메달, 상금은 없지만 그에 합당하는 학계의 영예를 안게 되기 때문이다.


  당시 홍콩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찾았지만, 사스의 원인을 규명한 곳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연구팀이었다. 사스 환자로부터 원인 바이러스를 순수 분리하고, 이를 실험용 원숭이에게 주사한 결과 그들이 분리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숭이에게 사스를 일으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경우는 두 가지로 첫 째, 바이러스가 우리 내부에 있었는데 우리가 몰랐던 경우와 둘째,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숙주를 옮겨오는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 동물 숙주를 찾는 일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사스가 처음 발생한 중국 남부에서 식용으로 팔고 있는 8가지 동물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그중 사향고양이, 오소리, 너구리에서 사스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그럼 사스 바이러스가 중국 남부의 시골에서 전 세계로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퍼졌을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으로부터는 바이러스가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고, 어떤 사람은 대량의 바이러스를 체외로 내보낸다. 


만약 증상이 없이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의 경우, 그 병원균이 퍼지는 것을 막기가 매우 어렵다. 광둥성 64세 류모씨는 사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나오고 있는 상태로 홍콩 호텔에 투숙했다.


  그 날 그는 같은 층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 16명에게 사스 바이러스를 옮겼다. 이들은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 베트남,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에 사스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다행히 당시 호텔에 한국인이 없어서 대한민국은 사스의 피해를 덜 입었다. 당시 언론이 말한 김치의 효능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제는 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항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번식이 빠르고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개발과 임상 실험에 많은 기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설사 개발을 한 경우에도 바로 내성이 발생하여 효과가 급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만약 백신을 개발해서 인간의 몸에서 모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몰아낸다 하더라도 숲과 밀림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들의 바이러스가 언제라도 다시 인간의 몸에 침입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이 필수적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추천하는 예방책은 다음과 같다.


1)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자주 씻기

2) 외출 시 위생 마스크를 착용

3) 사람이 밀집한 지역을 피하기

4)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호흡기 질환의 사람에게서 속히 멀어져야 한다

5) 귀가 후에는 외출 시의 복장을 벗어 세탁한다

6) 중국의 우한시와 후베이성 일대에 대한 여행을 자제

7) 가금류를 포함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기

8)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의 방문도 자제

 

  살펴보면 딱히 특별한 예방수칙이나 치료법이 없다. 바이러스에 대해서 알면 알 수록 참 막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인간에게 해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는 게 상책인데 과연 전 세계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바이러스를 퍼트린 중국의 입장과 추후 동물 식용 문화에 대한 성찰이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테네시 주의 13세 소년 제레미 왓킨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2002년 7월 낚시하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 땅에 떨어진 박쥐를 주었다. 엄마는 당장 놓아주라고 혼을 냈다. 


  한 달 뒤 제레미는 두통을 호소하고, 다음 날에는 오른 팔이 마비되고 열이 올랐다. 물체가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까지 생겼다. 속도 메스꺼워서 결국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검사 결과 근육 긴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그런데 다음 날 열이 38.9도까지 올랐다. 말투가 어눌해지고 목이 경직되고 물도 삼키지 못했다. 


  호흡곤란이 이어졌고, 두뇌의 기능이 떨어져 생각을 못하게 되었다. 엄청난 의 타액을 분비하기 시작하고 온몸을 비틀다 갑자기 조용해진 후 사망했다. 


  사인은 박쥐에게 옮은 광견병이었다. 처음에 간 응급실에서 오진을 했지만, 그때 제대로 진단을 했었더라도 이미 늦었기 때문에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는 없었다.      


  제레미와 가족은 박쥐가 광견병을 보균할 수 있는 걸 몰랐을 것이다. 광견병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3~7주 정도 걸린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숙주에 침입하는 순간 중추신경계로 향한다. 중추신경계는 행동을 통제하는 곳이다. 


  컨트롤 타워인 중추신경계를 장악한 바이러스는 이후 침샘에 집중적으로 모인다. 그리고 숙주로 하여금 공격성을 띠고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게 만든다. 공격적으로 변한 숙주는 아무나 물어뜯으려고 달려든다. 


  물리는 순간 침 속에 있던 어마어마한 광견병 바이러스가 또 다른 숙주로 이동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매년 광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5만 5천 명이 넘는다.      


  동물이 귀엽다고 비비고, 입 맞추는 행위들을 자주 하는데... 만약 그 동물에게서 바이러스가 나에게로 넘어와서 내가 누군가에게 또 전파시킨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끝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무섭지만 우리가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한 최악의 바이러스는 아니다. 잠복기가 짧기 때문이다. 정체를 드러낸 적과는 비교적 싸우기 쉽다. 


  사회생활이 힘들 정도로 너무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기도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은 이만희가 아니라 전 세계 정글, 오지에서 목숨 걸고 연구하고 있는 의료진 연구원들이다. 


  만약 학생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원의 길로 간다면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하는 일이다. 이과 성향의 아이들은 이렇게 동기 부여를 시킬 때 효과가 좋다,


  정말 무서운 바이러스는 따로 있다. HIV 바이러스는 몇 년 동안 숨죽이고 있다가 후천성 면역결핍으로 정체를 드러낸다. 이렇게 소리 없이 확산되는 바이러스가 정말 무서운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조만간 끝날 것입니다. 다들 답답하고 불편해도 조금만 더 인내하고 힘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