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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샴페인 May 12. 2020

엄마! 죽음에 대한 수다를 신나게 해 볼까?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신소린지음 , 을 읽고

"잊지 않고 전화해줘서 고마워"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할 때면 마지막에 항상 엄마는 이렇게 끝을 맺으신다. 나로서는 그리 오래된 시간도 아닌 시간임에도 엄마에게는 하루하루가 잊히기 싫으신 시간인가 보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자식들에게 예의를 지키시려는 모습이 거리감 있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렇게 자신의 품위를 놓지 않은 모습에 '이 모습을 오래 간직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엄마에게도 '죽음'이라는 단어는 피하고 싶으실 테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한 번도 엄마 앞에서 감히 꺼내지 못하고, 간혹 당신 스스로 꺼내실 때면 마치 '남의 얘기'인 양 영원 없는 너스름으로 넘기곤 했다.


<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라는 책은 그런 나의 상념을 무너뜨린 책이다.


삶과 같이 항상 우리 앞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이라는 직면하고 싶지 않은 주제를 깔깔댈 수 있는 수다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9년간 기계설계 분야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중'인간의 삶과 죽음의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는 것뿐만 아니라 죽는 것 또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죽음 설계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누군가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것임을 같이 나누고 한다'는 저자의 목표로 학문적 사회적으로 웰다잉 분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연구하던 중 할머니의 치매 간병하던 저자의 엄마가  3박 4일간 자신에게 휴기를 와서 나눈 죽음에 대화를 책으로 쓴 것이다.


90대 치매 할머니를 간병한 70대 엄마에게 죽음이란~


할머니의 치매를 간병하면서 죽음이라는 물음과 함께한 저자의 어머니는,  자신이 의식이 없을 때 단호하게 생명 연장술을 거부하면서 저자에게 그 결정을 부탁한다.


그런 결정에는 가족 간에 의견이 많이 갈리고 너무 슬픈 결정이라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뭐 나만 죽냐? 다 죽는 기제.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병원비는 또 어찌할 끄나?... 나는 병원 브이아이피 고객 되기는 싫다. 무슨 백화 점고 아니고요."
" 죽어도 못 보낸다고 하면 간단한 방법이 있시야. 반대하는 자식헌 티 앞으로 발생하는 병원비를 다 내라고 하명, 바로 생각이 바뀌어블걸? 허허허".


죽음에 대해서 상쾌하고, 유머러스한 그들의 대화 속에서 죽음이라는 것이 단지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초대해 그 무거운 무게를 빼고 뭉클하지만 가벼움을 조금 가미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태어남을 선택할 수 없었다면 죽음만큼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철학이나 유별난 인생관이 아니다.


삶과 죽음이 자신의  의지보다는 의술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두렵기도 하고 피하고 싶기도 한 일이다. 그래서 인생은 '언제 죽지? 어떻게 죽지? 어디서 죽지?라는 질문을 답안지도 없이 끝없이 던지나 보다.


의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대에 살고는 있지만, 스스로 더 잘 죽기 위한 선택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윤리적 접근의 색깔이 강하다. 삶이 각자의 선택이듯이 죽음에 대한 선택 또한 각자의 삶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할머니 덕분에 엄마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지 들을스 있었던 건 정말 축복이었다. 들을 수 있을 때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었다. 할머니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엄마는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 했다.


효도 분량 포인트제


이 책에는 요즈음 가장 어려운 치매환자의 병간호에 대한 "효도 분량 포인트제"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도 소개한다.


자식으로서 당연하게 해야 할 효도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 문제로 자식들 간에 분쟁을 없애기 위하야 저자의 엄마가 고안해 낸 것으로 각자 효도한 만큼 포인트 쌓게 하고 그것을 마지막에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정산을 하게 해서 할머니가 '굉장하게 효도'받으시게 한 것이다.


물론 이런 합의는 자식들이 많은 가족에게나 가능한 문제이지만, 치매 간병이라는 무게는 문제를 서로의 다툼이 아니라 가족끼리의 공동문제로 풀어가는 모습이 흐뭇함으로 다가왔다.




"엄마! 죽음에 대한 수다를 신나게 해 볼까?".


나이가 드실수록 그 여유로움이 묻어 나와, 때로는 어린아이다운 순진함과 , 때로는 새색시 같은 애교스러움이 오히려 귀여우리만치  생활에 흘러나오는 엄마의 나이 듦에 나의 노년을 오버랩해본다. 애완동물이라면 질색팔색 하던 분이 고양이에 온 마음을 다주는 낯선 모습에서도 나이가 드는 것이 자신과는 다른 모습에 대한 수용능력 또한 늘어난다는 사실을 느끼며, 나의 흘러가는 시간에도 그런 또 다른 변화된 인생에 대한 기대감도 든다.


그런 엄마에게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용기있게 물어볼 참이다. 엄마와 죽음과의 대화를 한 저자도 두렵고 당하는 것만 같던 죽음을 이제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었듯이, 나 또한 지나온 세월속에 채색된 엄마의 죽음은 어떤 색인지 궁금해졌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대신에 갓 나온 절편에 꿀을 가미해 엄마 입에 넣어드리며,  죽음에 대한 수다와 나 또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공감 어린 아이디어로 재잘거리며, 그런 수다를 마음 놓게 할 수 있는 건강함을 유지해 주신 엄마에게 마음껏 고마움을 표현하는 어버이날을 계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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