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휴직’ ‘정신과’ 등으로 직장인 익명게시판 B앱에 검색하자, 비슷한 처지에 놓인 K-직장인 동지들의 고민이 눈물겹기 그지없었다. 댓글들은 따수웠다. “건강이 제일이지요.” “그정도면 차라리 퇴사하세요.” “자살하는 것보다 낫죠.”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현실적으로 정신건강 관련 질환으로 인한 병가가 받아들여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에, 당사자는 본인 증상의 심각한 정도와는 별개로 통원치료부터 퇴사까지의 선택지를 놓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래는 내 주변 퇴사나 휴직을 앞둔 직원들이 상사에게 들은 100% 실제 멘트들이다.
" 너 혼자 도망가냐?"
" 다같이 힘든데 너만 살려고 그러냐?"
" 무책임하게 지금 그만둔다고?"
쫄보인 나는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망가지는 게 더 무서웠고,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무엇보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찰을 받았고, 그 진단서를 근거로 회사에 병가를 제출하기로 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폐가 되면 어쩌지?
사람들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지?
무엇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어쩌지?
새로 맡은 프로젝트가 이력서에 딱 좋은 업무인데 아까워서 어쩌지?
내가 조금만 더 힘내면 되지 않을까? (답도 없는 생각이다)
진단서를 받아두고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팀장님께 메신저가 왔다.
“XX 보고서, 가능한가요?”
새벽에 머릿속을 괴롭히던 것들 중 하나다.
“팀장님,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날 처음으로 상사 앞에서 울었다.
다행히 평소 내 업무능력을 믿어 주신 데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었던 나의 상사는, 상태가 그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며 당장 업무분장을 새로 할 테니 인수인계를 하고 바로 휴직에 들어가는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요단강을 건널 힘을 짜내서 인수인계서를 쓰고, 그 요단강을 다시 건너올 힘을 짜내서 담당자 변경 메일을 썼다. 사무실에서 못쓰게 된 톱니바퀴가 된 나는, 그렇게 전우의 시체를 치우듯 빠르게 치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