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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Aug 17. 2021

무주택 신혼부부, 부동산 상승장을 관통하며

집 있는 사람들한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글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부동산 전성시대다. 부동산 조정을 경고하는 ‘대국민 담와’가 무색하게도 부동산 카페에서는 ‘우리 아파트 신고가 경신’을 자축하고 전문가들은 2022~2023년 공급 절벽에 따른 ‘전례 없는 폭등’을 예견하며 집을 사라고 권하고 있다. 뭐라도 해보겠다고 열심히 종잣돈을 모으는 사이, 그렇게 나는 벼락거지가 되었다.     


벼락거지.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자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여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


나는 어쩌다 집 한 채가 없어서 벼락처럼 거지가 된 걸까. 매일같이 호갱노노를 켜고 어디 비벼볼 만한 데가 있나 살펴보지만, 호갱은 커녕 입구 컷부터 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지금이라도 ‘서울’에 내 집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서울은 대기수요가 많아서 금리 인상과 3기 신도시 입주 효과로 언젠가 올 하락기에도 집값이 덜 떨어진단다. 전문가 양반이 친절하게 가이드를 주셨으니 나 역시 친절하게 답변드리도록 하겠다. 소자본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무리하려고 해도 중윗값이 10억 2,500만 원에 달하는 서울 아파트를 구매할 만한 신용이 없다. 당장 누가 어떻게 10억 중 9억을 땡겨준대도 문제다. 나도 내가 생애에 걸쳐 그 돈을 다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가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지 않고 집을 사자니 서울에 우리가 원하는 가격대 아파트는 이미 씨가 말라버렸다. 어쩌다 용케 찾았다 싶으면 ‘(주민들 입장에서) 역에서 운동삼아 20~30분 걸어가거나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위치’이거나 ‘재건축이 요원한 용적률’ 또는 ‘녹물 샤워, 주차 지옥, 창문만 닫으면 소음과 분진은 문제 될 거 없다는 주변 환경’을 가진 곳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처음부터 모든 걸 가질 수 있냐고. 서울 외곽에 살기 좋은 구축 아파트 아직 많다고 말이다. 모르는 바 아니다. 그저 나와 남편이 지난 몇 년간 애써 모은 자본금을 비교적 더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마음이 그놈의 서울을 놓지 못하게 할 뿐이다. 나는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몸빵으로 견뎌야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현실에서도 부루마블처럼 서울에 진입하려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내가 몇 날 며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더니, 지금 집을 사고자 하는 동기가 '내 집 마련' 때문인지 '시세차익'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욕심은 나쁜 결정을 만든다고 했다. 맞다. 나는 아이가 없으니 당장 거주지가 고정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거주 안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지난 2년간 전셋값이 1억 5천만 원 올라서 쫓겨날 판이다. 그리고 나는 시세차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만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 나는 이번 주택 가격 상승분을 소득으로 저축하는데 필요한 시간만큼 유주택자-무주택자 간에 시간 격차가 벌어졌다고 본다. 나의 생애 남은 시간을 '전세보증금 벌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이자 갚기'말고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욕심이고 탐욕일까.  

 

처음에는 노력하다 보면 이 정도 격차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엄빠 찬스로 이미 억대 자산가가 된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지난 5년간 손에 쥔 현금은 늘었을지언정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치렀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지금 집을 살 거면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나에게는 집을 사든 그렇지 않든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박탈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일생일대의 선택이 되어버렸다. 집을 사면 난 행복할 수 있을까? 다음 기회는 대체 언제 오는 걸까? 로또 청약 25만 명 중에 한 명으로서 나랏님네들에게 간곡히 청한다.


제발 똑바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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