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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Oct 13. 2021

짜장면 먹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저번  금요일이었나. 저녁밥으로 중국음식을 배달받아먹었어.

나는 짜장면을 먹으면 잠이 쏟아지는 성격이고, 소반을 미뤄놓은 바닥에서 깜빡 졸았지. 일어나 보니 밤 12시.


와버린 잠을 붙잡아야 했어. 그래서 얼른 양치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정신이 말똥.

갑자기 기시감이 들면서 나의 30대 초반이 생각났네?


처음으로 느껴보는 사회생활의 당혹감들. 잘한다고 칭찬받으며 살아왔던 나날들과 반대되는 상황들. 그리고 사람들. 증오나 시기 같은 것들.

에너지를 잔뜩 빼앗긴 채로 집에 오면 나 혼자. 대강 챙겨 먹기 좋았던 편의점 도시락. 그 옆엔 TV예능이 재생되고 있는 아이패드. 입꼬리 정도만 오르락내리락. 볼이 미어터지게 먹고 나면 꼭 몰려오던 졸음. 옷도 안 갈아입은 채로 누워서 눈을 감았었지. 형광등 덕분에 잠이 깨면 새벽 1시. 그때부터는 결코 오지 않는 잠. 다시 찾아오는 증오와 시기와 불안 같은 것들. 억지로 감고 있던 눈꺼풀이 따가와지면 그건 해가 뜨고 있다는 뜻. 그 느낌은 항상 두려웠었지. 또 잠들지 못했다는 자각. 스스로에 대한 원망. 약간의 포기. 그리고 출근.


오랜만에 기억이 났다는 건 정말 오래된 일이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참 다행이긴한데. 그렇지만 잃어버린 시절을 보내버린 그 때의 나에게도 내가 참 미안해. 내가 앞으로 더 잘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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