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참 듣기만 해도 그 어감이 썩 좋지는 않지요. <악당의 무게>라는 제목을 처음 보고는, 도대체 악당이 무슨 무게를 지고 있는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삶의 무게인가 싶어 지자, 황선미 작가님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의 족제비를 연상했다고 할까요? 읽기도 전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책을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악당의 무게 / 이현 / 휴먼어린이 / 2014 / 그림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약 2m. 어느 정도의 거리일까요? 심리학적으로는 회의를 할 법한 거리, 비즈니스적 거리를 이 정도로 봅니다. 악당과 나는 딱 2m 거리를 좁히지 않습니다. 다가가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오는 거리. 늘 조용히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악당과 나. 우리 둘의 사이는 그렇습니다.
악당의 옆구리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핏자국 같은 빨간 줄. 뒷산을 떠도는 들개들 사이에서도 유별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식이지요. 동네에서 개 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빨간 줄 때문에 악당은 바로 구별되어 사살 대상이 됩니다. 그렇기에 나는 악당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하지요.
개 물림 사고는 무엇 때문에 일어났을까요? 말 못 하는 개와 말하는 사람. 누구를 믿으시겠습니까? 생명은 모두 소중하지만, 어떤 때는 동등하게 소중하지는 않습니다. 생명의 저울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악당은 어떻게 될까요? <악당의 무게>는 과연 무엇일까요?
소설 말미에, 개 물림 사고에 얽힌 이야기가 공개됩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왈칵 울음이 터질 뻔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연이 나옵니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끌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계속 <무게>라는 단어가 맴돕니다. 무게라는 것은 사전적으로는 '사물의 무거운 정도'를 말합니다 (다음 사전). 무겁다. 무겁다. 무겁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무거운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을까요? 무거운 것도 가볍게, 가벼운 것은 무겁게. 때로는 본말이 전도되어 눈앞을 흐립니다. 진실이란 먼저 말하는 사람의 것이고, 침묵하고 있으면 어느새 피해자가 되지요.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사물이, 사람이 가진 무게를 합당하게 인정해주고, 서로를 정중하게 마음가득 안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는, 단 2m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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