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두책 12
셰어런팅을 아시나요?
셰어런팅이란, <정기적으로 SNS를 사용해 자녀에 관한 많은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부모의 관행> 또는 <자녀의 소식·이미지 등을 공유하는 SNS의 습관적 사용>을 말입니다. 공유하다의 '셰어(Share)'와 양육의 '페어런팅(Parenting)'을 합성한 말입니다. 2012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2013년 영국 타임지 '오늘의 단어'로, 2016년 콜린스 사전 '올해의 단어' 10개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서구권에서는 익숙한 개념입니다 (한국일보 2022년 5월 5일 기사, "아이가 귀여워서 SNS 공유?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0311040000752?did=MN).
SNS에 우리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사실 셰어런팅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셰어런팅을 통해 육아 정보도 주고받고, 육아에서 느끼는 힘듦을 나누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듯, 우리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셰어런팅에 사용된 아이들의 신상이나 사진이 범죄에 연관되는 것이지요. 앞에 링크로 남긴 한국일보 기사의 일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다국적 금융 서비스 기업 버클레이(Barclays)는 앞으로 10년 동안 어린이가 직면할 신원 도용 범죄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인해 발생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또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소아성도착증 범죄 사이트에서 발견된 사진의 절반가량이 SNS에 올라온 사진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한국일보 2022년 5월 5일 기사,
"아이가 귀여워서 SNS 공유?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0311040000752?did=MN
또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면을 쓴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온라인에 공개된 내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은 분명한 괴리가 있지요. 특히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SNS와 정신건강, 조영탁, 서울 아산병원 스트레스심리상담센터 홈페이지의 정신건강칼럼, https://amc.seoul.kr/asan/depts/mind/K/bbsDetail.do?menuId=4548&contentId=261791). SNS를 단지 보기만 하는 어른들도 그러할진대, SNS의 소재가 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여기 셰어런팅과 관련된 두 책을 소개합니다. 셰어런팅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려놓은 책이지요. 첫 번째 책은 황지영 작가님의 <리얼 마래>입니다. 2018년에 발간된 책입니다. 여기에서의 SNS는 블로그입니다. 그 당시 정말 많은 분들이 블로그를 하셨지요. 마래 역시 태어났을 때부터, 성장 과정이 모두 블로그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 자체는 정말 훌륭한 육아 일기이고, 소중한 기록이지요. 하지만 공개되는 순간,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특히나 주인공 마래는 부모님의 사랑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엄마, 아빠는 블로그의 소재로 나를 낳아 기르는 것은 아닐까?" 읇조리지요.
엄마 아빠는 마래의 평생을 기록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마래를 위한 것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며 숲에서 자라기도 했고,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서 살아 보느라 전학도 많이 다녔지요. 그런데 이제 마래는 정착을 하고 싶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 너무나 , 좋거든요.
그런 마래의 마음과는 다르게 엄마와 아빠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래의 마음과는 다르게, 부모님의 여행 계획은 블로그를 통해서 이미 여기저기 소문이 퍼지고 있지요. 그 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마래의 마음은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이제 마래는 자신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마래가 정말 '리얼 마래'를 찾을 수 있을지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기 또 한 명. 남다름 어린이가 있네요. 이번에는 인플루언서 엄마, 리나비의 딸입니다. 길을 걷는 모습, 밥 먹는 모습, 심지어 어느 하루는 아침부터 일주일치 등굣길 의상 화보를 촬영하기도 합니다. '나는 구독자들에게 랜선으로 일상이 배달되는 아이'라는 씁쓸한 자각을 갖고 살지요. 그렇게 유명인의 딸이자 유명인이 되어버린 남다름에게 엄마의 '#내돈내산' 뒷광고가 문제가 되면서 일이 크게 생깁니다. 남다름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지, 다름이의 곁에 있어 주는 진짜 친구는 어떤 모습을 갖는지 책 속에서 확인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일반인이면서 연예인이 되어 버린 아이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옷도 예쁘게 입어야 하고, 무엇보다 화면에 잘 나와야 하고요. 보이기 위해 사는 삶을 엄마에 의해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의 고민.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다름이를 핵인싸로 만들어주기 위한 엄마의 노력. 그 노력을 왜 곱게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 안에는 아이가 온전히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무엇보다 아이를 향한 온라인 범죄 또한 무심히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SNS가 활성화되는 시점에 모두가 이를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보면 사회는 이미 그런 경종을 울리고 있었는데 우리가 무심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일상을 세상에 노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SNS에서 게시물이 퍼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꼭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02년에 작성한 글을 다시 작성해서 올렸습니다>
커버이미지: 세이브더칠드런 "셰어런팅 다시보기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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