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책 깨우기 14
온몸에 가시가 잔뜩 돋아 있으면 어떨까요? 음. 정말 좋지가 않을 것 같아요. 제 옆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테니까요. 안 좋은 사람들과도 만나지 못하겠지만, 가시 때문에 보호받으면서도 가시 때문에 외로워지는 서글픈 시간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여기 온몸에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는 소년이 있습니다. 마치 한 포기의 선인장 같아요. 앞표지를 넘기면 이 아이와 선인장이 나란히 화분에 심겨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느 날, 식물원에서 본 선인장은 정말 기다란 가시를 가득 품고 있었어요. 보기에는 엷은 흰색이지만, 찔리면 정말 깊숙하게 푹 들어올 것만 같은 서늘함을 지녔더랬지요. 그래도 그 가시가 어찌나 여려 보이던지, 선인장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 아이가 품은 가시도 그러한가 봅니다. 온몸이 가시 투성이고, 표정은 거칠지만 <친구 만드는 방법>이라는 책을 들고, 즐겁게 노는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다음 장, 친구들을 향해 가시를 가득 발사하지요. 아이에게는 매일 자라나는 가시가 가득합니다. 그 가시를 사람들에게 쏘면서, 아이는 나름 가시의 효용과 부작용을 알아갑니다. 가시의 효용은 "나는 가장 크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질거야."라는 선언으로, 부작용은 외로움으로 나타나지요. 그리고 아이에게 가시가 자라나는 시간과 상황도 함께 보여주지요. 결국 아이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요? 결말은 모두를 위해 남겨 두지만, 현명한 선택을 한 아이에게 무한한 칭찬과 격려를 보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가시가 있습니다. 다만 겉으로 보여주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때로는 밖으로 보여 주더라도,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라도 다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요. 어린 시절에야 그런 자각이 없어서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주고, 때로는 그러한 모습이라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보이지요. 하지만 이제 다 크고 나니, 내 안의 가시를 다른 이들에게 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마음에 가시를 갖는 날은 어떤 날일지, 생각을 해 봅니다. 음.. 좋은 날은 아니겠지요. 평온한 날에 가시가 잔뜩 돋을 것 같지는 않아요. 문제는 정말 마음이 다치는 그런 날들인데, 그런 날 내 가시가 너무 뾰족하고 강하게 돋지 않도록 또 마음을 추스르며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어떤 일이란 인과를 갖고 있을진대, 결국 결과가 나타나는 곳으로 그 원인의 책임까지 물어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도 너무나도 마음이 서글픈 날, 너무나도 마음이 힘든 날, 주체할 수 없이 가시가 뾰족뾰족 돋아 나는 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타인에 의해 돋아 난 가시에 다시 내가 찔리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커버 이미지: <가시 소년> 앞표지,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