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봉지에 담긴 삶

잠든책 깨우기 13

by 홍유

작은 종이 봉지를 써보셨는지요? 우리는 종이 봉지를 잘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비닐 봉지를 조금 더 많이 쓰지 않는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럼 어쩌다 받은 비닐 봉지는 얼마나 많이, 오래 활용을 하고 쓰는지.. 저도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해보았는데, 비닐 봉지는 집에 가져와서 잘 모아놓았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쓰레기통까지 가져가는 용도로 주로 쓰는 것 같아요. 거의 새것이나 마찬가지인 비닐 봉지를 그냥 버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일반 비닐 봉지보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 오면서 받아 오는 작은 비닐 봉지는 생각보다 오래 쓰게 되더군요. 가방에 하나씩 넣어 놓았다가 비가 올 때 우산을 넣어 놓으면 유용하더군요. 젖은 비닐 봉지는 말렸다가 또 들고 다니면, 다음에 비가 올 때에도 쓰기가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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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 헨리 콜 지음 / 비룡소 / 2022 / 그림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여기 작은 종이 봉지가 보입니다. 나무가 베어져서 종이로 만들어지는 것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숲에서 자라던 나무가 잘게 부서져 종이가 되고, 큰 종이가 잘려 이렇게 작은 종이 봉지가 되었습니다. 작은 종이 봉지는 어떤 아이가 구입한 손전등을 담고 아이의 집으로 가지요.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종이 봉지는 아이 곁에 늘 있어요. 밥을 먹을 때는 학교에 가져갈 도시락을 담기 위해 옆에 있지요. 학교에 같이 간 종이 봉지, 잠을 잘 때에도 곁에 있고, 캠핑도 함께 갑니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아이의 일상에 이 종이 봉지는 늘 함께합니다. 봉지의 겉면에는 하트도 하나씩, 두 개씩 그려지네요. 이 하트들은, 마치 아이에게 보내는 종이 봉지의 관심과 사랑이면서도, 아이 옆에 하나씩 둘씩 나타나는 인연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종이 봉지는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에서 정말 작가님의 상상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종이 봉지가 돌아갈 곳은 결국 그곳이 맞는 것 같아요. 아주 딱 맞춤한 그 자리로 봉지가 다른 생명을 품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세상은 이렇게나 서로를 얽고 서로를 안아주며 사는 곳이구나 싶었어요.


작가님이 책 말미에 남긴대로, 우리는 참 많은 물건을 쉽게 버리는 것만 같습니다. 종이 봉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과 자원이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쉽게 쓰고 버리지요. 작가님이 700번 사용했다는 그 종이 봉지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가 자원의 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네 삶의 순환에도 깊은 통찰을 주는 것을 보면 세상에 따로 떨어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는 그림만 있습니다. 예전에 데이비드 위즈너 작가님의 구름 공항을 본 뒤로, 이렇게 글 없는 그림책을 본 것은 오랜만입니다. 글 없는 그림책이 그림만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지요. 그림만을 바라보면서 작가님의 의도를 따라가는 것도, 그림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림만 가득한 책의 매력에 빠져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커버 이미지: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앞표지,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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