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대로, 말하는 대로

잠든 책 깨우기 12

by 홍유

행복한 삶을 알고 있는 백호, 허산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게 됩니다. 봉래산의 호랑이 ‘눈꽃이 피다’가 낳은 백호. 검은 늑대들은 미래의 산신령 감을 제거하기 위해 눈꽃이 피다를 맹렬하게 추격해 옵니다. 막다른 끝에 몰린 눈꽃이 피다는 아기 백호를 농부 허절구의 집에 맡기고, 그즈음에 아기를 잃은 누렁이가 엄마가 되어 줍니다. 자라나면서 허절구의 아들처럼 허산이라는 이름도 받고, 사랑을 받고, 동네 아이들의 든든한 심리 상담사도 되어 주고, 역병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도 하면서 아기 백호는 즐겁게 살아갑니다. 백호를 탐내는 황천돌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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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 이상권 / 전명진 / 특서주니어 / 2021 / 그림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황천돌의 수작에 빠져서 황천돌의 집으로 가서도 여전히 백호 허산은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늘 자신에게 앞날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면서 한결같이 말을 하지요.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오직 한마디 말이지만, 정말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거든요.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삶이란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 삶이 될까요? 우리들은 늘 마음대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늘 불안하지요. 불안한 마음은 무언가를 주저하게 만들고 많은 핑계를 찾게 합니다. 주변에 물어보고, 혼잣말도 해 보지만 내 미음대로 살아 보라는 답을 듣기란 참으로 어렵지요. 그나마 내 마음대로 살아 보라는 말을 듣더라도 자신이 없습니다. 잘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무섭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지요. 무엇보다 혹시라도 결과가 나쁘면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아니,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 아닐까 해요. 무엇보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그중에서도 백호의 말에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 끝은 모두가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정말 자신답게 살아갔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는 결말이 보이지요. 마음이 가는 대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성격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닌가. 문득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을 자신만의 삶으로 인도하던 백호에게 드디어 산신령이 될 기회가 찾아옵니다. 백호 허산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저는 결말을 보면서 정말 백호답게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호다운 삶.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백호의 모습. 이 책을 동화로만 여겨서 아이들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 한 권 속에 흐르는 매력은 얼마나 많은지요. 공감의 힘, 현실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 어려운 삶이지만 그 안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내 삶을 향해 걸어가는 힘, 끝없는 욕심과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을 가두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많은 것들을 이 한 권에 녹여내었다니 정말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지요. 사람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만들어 낸 이 책을 제게 닿게 해 주셔서 말이지요.



커버 이미지: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그림 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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