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나쁠까요?

잠든책 깨우기 11

by 홍유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듭니다. 아이가 커가는 만큼, 함께 읽는 것보다 각자 읽는 것이 더 편해집니다. 아마도 서로 취향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 다른 취향에도 이 책만큼은, 아이와 제가 진심으로 공감하는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가 요즘 겪는 일상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닿아 있기도 하고, 아이가 겪는 문제이니만큼 저의 일상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황선미 작가님께서 1999년에 쓰신 책, <나쁜 어린이표>입니다. 지금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입니다만, 한 때 많은 학교에서 시행했던 <상벌점제>와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점수로 매겨서, 큰 잘못을 했다면 벌점 몇 점, 잘한다면 상점 몇 점. 아이들의 행동을 자로 잰 듯 정량화하고, 모든 주도권을 뺏어 버리는 제도이지요 (나무 위키). 나무 위키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서술한 것의 일부를 가져왔습니다.

기본 목적은 학생의 행실을 바로잡고 학교 내 공공/타인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한 처벌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사소한 것이 규칙으로 정해져 이게 정말 벌점 받을 일인가 싶을 정도의 규칙을 갖춘 경우도 있다.

- 나무 위키, 상벌점제, https://namu.wiki/w/%EC%83%81%EB%B2%8C%EC%A0%90%EC%A0%9C


작가님들의 상상은 사람을 향하지요. 이런 상벌점제가 운영되는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 주인공 <이건우> 학생은 어떤 마음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할까요? 어린아이들은 이런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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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 황선미 / 이형진 / 초판 1쇄 1999년 / 초판 109쇄 2008년 / 개정판 2017 /그림: 알라딘 인터넷 서점(개정판)


건우는 자기 반에서 최초로 <나쁜 어린이표>를 받습니다. 대걸레를 들고 있는 건우를 누군가 밀었는데, 넘어지면서 화분을 깼거든요. 누군가 밀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말에,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걸레는 네 손에 있잖니?
자기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건 나쁜 태도야.
이건우. 너 한 장!

- 나쁜 어린이표(황선미)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에 어떤 감정이 남을까요? <억울함>, 선생님에 대한 <불신>. 우선 생각나는 것은 그러합니다.


그 후에도 선생님은, 결과만을 따져 아이들에게 <나쁜 어린이표>를 줍니다. 교실에는 아이들이 받은 <나쁜 어린이표>와 <착한 어린이표>가 붙어 있습니다. 노란색 스티커(나쁜 어린이표) 개수와 초록 스티커(착한 어린이표)가 대비되면서, 아이들은 초록 스티커가 많은 아이들끼리, 노란 스티커가 많은 아이들끼리 모이게 되지요. 이쯤 되니 궁금해집니다. 이 담임 선생님의 교육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요?


거기에 문제는 계속 생깁니다. 노란 스티커를 주는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거든요. 똑같이 잘못해도 여자애들은 <나쁜 어린이표>를 받지 않습니다. 여자 아이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남자아이가 화를 내면, 남자아이만 노란색 스티커를 받게 되지요. 주인공 <건우>는 어떻게 이 일을 풀어갈까요? 결말은 어떻게 날까요? 황선미 작가님께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결말을 내어 주셨습니다. 역시, 황선미 작가님이십니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아이를 재단하고, 규정하고, 판단하는 일. 그것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기에, 대체적으로 그 판단 내용이 맞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사람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상벌점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 결과만을 놓고 벌점을 줄 생각부터 해야 한다면, 그 시선을 갖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너무나 피폐해질 것만 같거든요. 나무 한 그루도 물을 주면서 예쁘다고 사랑스럽게 보면 더 싱그럽게 자라나는데, 사람은 오죽할까요? <피그말리온 효과>를 떠올리면, 아이들 역시 사랑의 눈으로 보면서 좋은 점을 더 많이 찾아줄 때, 예쁘게 클 것 같은데 말입니다.


https://brunch.co.kr/@hongyou/53


커버 이미지: <나쁜 어린이표> 앞표지 (그림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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