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주 두책

길 위에서

한주두책 프로젝트 4

by 홍유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면서 삽니다. 반드시 열심히 살아야 한다든지, 무언가를 반드시 성취한다든지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하루하루를 살면서 내가 조금씩 커나가는 과정을 만끽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도 물론 있습니다.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을 결정해야 한다면 무엇에 집중하실 것인가요? 과정일까요? 결과일까요? 어느쪽에 마음을 더 두시는지요?




Rooster's off to see the world, 수탉의 세상 구경, Eric Carle, 그림출처: 직접 촬영

Eric Carle의 수탉은 세상 구경을 하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책 표지를 펼쳐서 뒤표지와 함께 보면 멋진 수탉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지요. 수탉은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중입니다.


수탉은 세상을 향한 길 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납니다. 이 친구들과 함께, 수탉은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서 수탉은 무엇을 얻게 될까요? 새로운 둥지? 더 멋있게 변한 자신의 모습? 새 친구들? 그 결과 또한 궁금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요? 김영하 작가님은 <여행의 이유>에서 많은 것을 말씀해주셨지만, 저는 자신이 갖는 somebody로서의 자신을 내려놓고, 미지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인 '노바디의 여행'편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지금과 다른 길 위에서 미처 몰랐던 나를 찾고,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 아닌가 하거든요. 여행의 과정,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Sam & David dig a hole,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Mac Barnett & Jon Klassen, 그림출처: 알라딘 인터넷 서점

여기, 두 명의 소년이 땅을 파고 있습니다. 그림만 봐도 귀엽지 않으신가요? 두 소년 샘과 데이브,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이 과정을 함께 합니다.


도형 시리즈로 유명한 Mac Barnett과 <내 모자 아니야> 등 재미있는 책을 만든 Jon Klassen이 함께 만든 책, <Sam & Dave dig a hole>을 소개합니다. 번역서 제목은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입니다. 책 표지 오른쪽의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이라는 은색 도장도 유심히 봐주세요.


이 책을 보면 저는, 책 속으로 들어가서 샘과 데이브에게 "제발 조금만 더 파보라"하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는 과정 내내 제가 더 안타까워지거든요. 심지어 강아지의 시선 끝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강아지는 알고 있는 것만 같아요.


하지만, 저의 안타까움과 별개로 이야기의 끝에서 샘과 데이브는 행복한 결론을 내립니다. 비록 하루 종일 땅만 팠지만 (소위 말하는 삽○만 했어도), 샘과 데이브는 그 과정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해줍니다. 샘과 데이브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실 지금껏 저를 키워온 것의 팔 할은 삽○이라 부르는 시행착오들은 아니었는가 합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또 하루를 보내셨겠지요? 어제도 그러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도 그러하겠지요. 비록 우리네 삶이 바로바로 원하는 결과를 내주지는 않을 때가 있더라도, 하루하루 노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한 번에 꽃이 피는 순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의 여행이 눈에 보이는 결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먼지처럼 쌓인 노력이 저를 그만큼씩 키워주었다고 믿습니다.


뚜벅뚜벅 하루를 걸어 오신 많은 분들께,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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