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두책 프로젝트 6
광(光) 공해를 아시는지요? 빛이 공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영화 <천문>을 보면, 세종대왕께서 경복궁에 혼천의를 설치하십니다 -물론 실제로는 장영실 님께서 하시지요. 두 분(세종대왕과 장영실 님)께서는 경복궁에서 별을 보며 우리나라의 하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높은 단 위에서 두 분이 하늘을 보시던 모습, 정말 잊지 못할 장면입니다.
과거에는 그러했으나, 요즘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밤에 별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교를 다닐 때, 밤늦게 학교 정문으로 걸어 나오면서 종종 하늘을 봤습니다. 서울 도심이지만, 겨울에는 남쪽으로 오리온자리가 보였거든요. 그때, 그 별을 보면서 내일은 별처럼 빛나는 실험 결과가 나오기를 소원하기도 했습니다. 겨울 외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았지요. 모교 옥상에 천문대가 있었지만, 광공해로 인해 이미 기능을 잃고, 늘 은색 뚜껑을 닫은 채로만 있었습니다.
불이 밝아서 별이 안 보이면, 밤이 밤처럼 어둡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일단 우리는 잠들기 어렵습니다. 암막 커튼을 치고, 아무리 잠을 청해도 밝은 밤은 잠을 청하기 어렵게 만들지요. 수면 리듬이 깨지면, 각종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광공해가 심한 나라라고 합니다 (1위는 이탈리아). 우리나라 광공해의 가장 큰 원인은 가로등과 같은 공간 조명이라고 하지요 (이미디어, 2021/09/07, 생태계를 파괴하는 빛공해...서울시 꾸준한 노력으로 빛공해 민원 감소, 이지윤 기자).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광공해. 다른 동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마셔 다이앤 아널드 작가님과 수잔 레이건 작가님께서 그리신 책 <불을 꺼주세요>는 광공해가 동물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빛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어린 여우와 딱정벌레가 어둠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이들은 <어둠이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요. 이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빙빙 도는 새들, 울지 않는 개구리, 겨울잠을 이루지 못하는 곰, 바다로 가는 길을 잃은 새끼 거북이를 만나지요. 어둠이 진해지면서 딱정벌레는 빛을 뿜습니다. 반딧불이었거든요. 반딧불을 의지해서 어둠을 찾은 바로 그곳에서 이들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밝음은 꼭 좋은 것일까요? 어두움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어둠 속에 촛불 하나. 그 이미지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촛불이 아름다운 것은 주변에 어둠이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어둠을 헤치고 나오면서 희망을 준다면, 어둠은 촛불을 위한 잔잔한 배려가 아닐까요?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밝음. 빛이 있기에 더욱 포근한 어두움. 어두워야만 보이는 것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윤강미 작가님께서는 달빛 조각들을 찾아 나섭니다. 달빛 조각. 너무나도 예쁜 말입니다. 달빛이 조각조각 떨어진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작가님의 달빛 조각은 무엇을 말할까요? 표지만으로도 예측되지요? 바로 반딧불입니다. 저는 반딧불을 오 년 전에 코타키나발루에서 보았습니다. 고요한 강을 타고 가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소리를 내면, 군데군데 반딧불이 빛을 확 밝히더군요. 지금까지도 그 잔잔한 어둠 속에 피어나던 밝은 빛이 눈에 생생합니다. (빨리 코로나가 좋아져서 다시 한 번 보러가고 싶어요)
우리는 어둠을 지나치게 경계합니다. 아마도 선과 악, 낮과 밤, 명과 암.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서는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것이 반드시 딱 갈라지지도 않는데 말이지요. 이 두 책을 통해서, 어둠과 밝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은 색다르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빛은 필요하지만, 강렬하게 어둠을 깨는 빛보다는 어둠과 조화를 이루는 잔잔한 빛이 더 아름답지는 않을지요. 어둠 속에서만 사는 빛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네 밤이 조금은 더 밤답게 어두워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강미 작가님께서 <달빛 조각>을 쓰실 때 모티브로 삼으셨다는 윤동주 시인의 동시, <반딧불>을 함께 올려봅니다.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
(마음이 예뻐지는 윤동주 동시, 따라쓰는 짝꿍시/고두현 엮음, 강은옥 그림/어린이 나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