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남시의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제가 들어가려던 매장 입구에서 "엄마"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를 진정시키며, "아가, 아줌마가 엄마 찾아줄게. 아줌마가 물어보는 것을 대답해 줄 수 있겠어?"라고 물었지요. 아이는 훌쩍거리면서 엄마랑 방금 전까지 매장 안에 있었고, 갑자기 엄마가 안 보여서 뛰어나왔다고 말을 했습니다. 우선 같이 들어가서 엄마 찾아보고, 안 계시면 엄마 여기로 오시라고 방송하게 해 준다고 달래면서, 매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 바로 엄마를 만났습니다. 엄마도 아이가 없어져서 찾으러 뛰쳐나오시던 중이었지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아이가 인파에 섞이기 전에 잡을 수 있어서, 엄마가 매장 안에서 아이를 찾으러 나오실 때 바로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혹시라도 머뭇거리다가 아이를 놓치고, 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뛰어가시고, 제가 그 모습을 봤다면, 지금까지도 걱정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동화 속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동화 속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아이들일 텐데, 어떻게 그 상황을 이겨낼까요? 주변에서 어떤 분들이 도와주실까요?
A bit lost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 크리스 호튼 / 그림출처: Yes24아기 부엉이가 엄마와 함께 잠들었다가 땅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주변에 있던 많은, 마음씨 좋은 동물들이 아기 부엉이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열심히 나서 주시네요. 아기 부엉이의 설명을 토대로 결국 엄마를 찾았습니다. 아기를 찾으러 나온 엄마 부엉이를 만난 것이지요. 엄마 부엉이는 감사한 마음으로 어른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근사한 다과를 대접합니다. 그런데 겨우 돌아간 집에서 또다시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리스 호튼의 <A Bit Lost(번역서: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는 너무나 유쾌하게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놓았습니다. 엄마를 찾아주겠다는 어른들의 말에, 엄마의 외양을 열심히 설명하는 아기 부엉이도 정말 귀엽습니다. 아기 부엉이의 단편적인 설명에 의존하더라도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 주시려 애쓰시는 어른들의 모습에 든든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스토리는 다소 심각한데도, 크리스 호튼 작가님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가 이야기에 발랄함을 더해주면서 어둡지 않게 흘러갑니다. 엄마에 대해 설명하는 아기 부엉이의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눈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 의도치 않게 엄마를 놓쳐버린 아이가 하나 또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 표지판 안에 엄마와 아이가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표지판 안의 아이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전경혜 작가님께서 쓰고 그리신 <표지판 아이>입니다.
표지판 아이 / 전경혜 지음 / 리젬 그림책 / 2016 / 그림: 알라딘 인터넷 서점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땅으로 떨어진 "표지판 아이"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엄마를 찾았습니다. 다치지 않게 깡통 속에 숨어 있다가, 발에 차이고 바람에 쓸려서 여기저기 날아가기도 했습니다만, 표지판 속의 수많은 어른들은 길 잃은 아이를 모른 척 하시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엄마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그림체가 너무나도 인상적입니다. 길도, 벽돌도, 표지판의 기둥도. 모두 연필로 하나하나 그린 듯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만 읽고, 두 번째는 섬세한 그림들만 열심히 보았습니다. 표지판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자니,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픽토그램 팬터마임이 생각나더군요. 앞표지에서부터 아이를 향해 손을 뻗고, 다른 손은 표지판을 꼭 잡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니, 이렇게나 멋있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다니요. 정말 그림책에는 특별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세상은 무섭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선뜻 내밀기 쉽지 않습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왔다가 오히려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지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점점 외로운 세상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 각박한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좋은 분들께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십니다. 길가에 쓰러진 분을 구급대에 신고해주시기도 하고, 직접 심폐소생술을 해서 골든타임을 지켜주시기도 하지요. 그런 빛과 같은 분들 덕분에 이 세상은, 외로워도 슬퍼도 여전히 아름다운 곳인 듯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
약자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줄 때
진정으로 참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백 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