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
누구나 말 못 할 고민을 품고 살겠죠. 단단히 응어리진 잿빛 심장을 어디도 드러내지 못해 더 외로운 날들이 있겠죠. 답답한 가슴에 눈물은 차오르고 다시 꿀꺽 삼켜내며 짓는 쓴 미소는 날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그런 날도 있겠죠. 밝은 내일을 꿈꾸며 잠들어 또 한 번 마주하는 캄캄한 새벽은 많이 차가웠던 날도 있을 거예요.
이 모든 감정을 어떻게 ‘괜찮다’라는 한 마디로 지우겠어요. 내 마음이 괜찮지 않은 건 내가 더 잘 아는데.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매일이 괜찮을 수는 없어요. 아니 어쩌면, 매일이 안 괜찮을 수도 있죠. 나는 자꾸 약해져만 가고, 이런 내 모습이 더 미워서 자꾸 나를 놓아버리고 싶을 거예요. 괜찮아요. 놓아버리세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내 마음의 경사가 완만해지면 그때 다시 건져내죠 뭐.
아 물론, 나를 완전히 포기하란 뜻은 아니에요. 뾰족해진 내 마음이 너무 힘들 때, 미끄럼 타듯 날 잠시 내려주라는 거죠. 그리고 기다려 봐요. 떨어진 내가 다시 올라오기 좋을 경사가 만들어지면 그때 다시 날 불러 봐요.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지금 내 상태를 알아차리기엔 우린 너무 무덤덤한 삶을 살고 있어요. 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으니까.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남들과 나의 기준은 다르잖아요. 행복의 기준도, 슬픔의 기준도, 분노의 기준도 엄연히 다른, 난 독립적인 사람이에요. 나의 기준을 만드세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기준 그리고 보살핌이 필요한 기준. 글로 쓰고 보니 거창한데 사실 별거 아니에요. 왜 우리가 ‘소확행’이라고 부르는 것들. 그런 게 행복의 기준인 거죠. 길을 건너야 하는데 타이밍 좋게 신호등이 바뀐다든가, 문득 바라본 하늘이 너무 예쁠 때, 뭐 이런 것들이요. 그런데 ‘소확위’도 필요할 것 같아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 진짜 별거 아니어도 괜찮잖아요. 내가 나를 위로하는데 누가 간섭하겠어요. 내 마음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남들에게 듣는 ‘괜찮아’보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괜찮아’가 더 뭉클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더 확실할 때도 있죠.
아, 이 글을 쓰다 보니 저는 위로받은 거 같아요. 물론 제 자신에게요. ‘나’라는 존재를 위해 매일을 살아내고, 이겨내고, 때로는 무너지기도 하는 당신에게 이 마음을 전합니다. 부디 당신께도 따스한 위로의 새싹이 자라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