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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영 Apr 26. 2021

스트리트 파이터2에서 배운 것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이하 스파2)에 대한 두 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스파2에는 총 12명의 캐릭터가 나오고, 이중에 8명의 캐릭터를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도 상당히 알려져 있는 편으로, 각 캐릭터의 이름은 류, 켄, 춘리, 달심, 혼다, 브랑카, 장기에프, 가일이다. 이들은 저마다 고유의 펀치, 킥, 몇 개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각 캐릭터의 특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8명의 캐릭터를 모두 익혀서 최종 보스에게 이기거나 다른 플레이어를 상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그게 이 게임을 재밌게 만든 요소이기도 했다.

정품 스파2 티셔츠. 선물받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입을 수가 없다.

주인공인 류와 라이벌 켄은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는 캐릭터이고, 유명한 필살기 아도겐과 오류겐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캐릭터들 이야기도 더 쓰고 싶었지만 크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니 생략하기로 한다.


나는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사랑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가끔 하니까 말이다. 이 게임 덕분에 중학교 시절 전교 석차가 한자리 수에서 세자리 수가 되었다. 가끔 그 시절 일을 생각하면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역시 후회는 없다. 나에게는 스파2를 할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 중 하나였다.


다시 캐릭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캐릭터는 기술 외에도 차이점이 있는데, 지상에서의 이동 속도, 점프 높이와 거리, 체력, 잡기 거리 등이다. 모든 캐릭터가 확연히 다른데, 이런 캐릭터의 특징이 캐릭터의 기술과 어울러져 8명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캐릭터의 등급이 있고, 가일과 달심이 지나치게 강력한 편이긴 하다. 여하튼 이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갈고 닦은 캐릭터들일 것이다. 장기에프는 너무너무 느려서 걸어다닐때는 답답하고 원거리 공격수단이 전무하지만, 가장 높은 체력수치와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잡기 두 번만 하면 상대편의 에너지가 거의 남지 않아서, 그 뒤로 작은 공격 한둘만 성공해도 이길 수 있다. 반면 춘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피드는 모든 캐릭터 중 가장 높아서 현란하게 상대를 속이며 공격을 적중시켜서 내 페이스를 만들어 내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문득 이 게임을 하다 이런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자신의 장점을 키우지 않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평범한 보통의 캐릭터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한다. 근육맨 장기에프가 스피드를 키우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뼈를 깍는 수련으로 소비에트 아도겐(?) 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반작용으로 체력과 힘이 감소했을 것이고, 개성도 상실해서 더 약한 캐릭터가 되었을 확률이 높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상당히 고르기 모호한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에서 변형 장기에프와 같은 선택을 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장점이 부각되고 자신의 단점이 크게 보여서 자신의 장점을 망각한채로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일이 나에게도 종종 있었다. 그것이 틀린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점을 극복하는 노력보다는 장점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 쉽고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장점을 멋지게 최고의 수준으로 갈고 닦고 여유가 생긴다면 단점도 극복해 보려는 노력은 어떨까? 나에게 아무 장점이 없다면? 사람은 누구나 장점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먼저 자신의 장점을 찾아 보자.


글을 쓰다 문득 생각이 나서 가족에게 내 장점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 하는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공부를 잘하는거?" 라고 억지로 만들어 냈는데 나도 새로운 장점(?)을 개발할 시기가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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