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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Cho Aug 31. 2024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인사 파동' 논란

"유건인 회장 민주주의 원칙 훼손"…자문위원들 집단 반발

지난달 17일 열린 평통 토론토협의회 자문위원 간담회에서 유건인(왼쪽) 회장이 회의 진행 중 격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홍 간사.


출범한 지 1년도 안 된 21기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회장 유건인)가 '인사파동 논란'으로 심각한 내홍고 있다.


출범 초기 임명된 부회장과 감사 등 임원들이 전례가 없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대거 교체된 것.


본 기자와 접촉한 여러 자문위원들은 "유건인 회장의 독단과 불통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라며 "최근 단행한 임원 교체와 임명 과정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 유 회장과 이해홍 간사는 규정대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이전처럼 '과반수 이상의 자문위원들이 참석'한 '대면 회의'에서 새 임원을 뽑았으면 문제가 전혀 없었음에도 집행부의 무리한 회의진행으로 그들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새 조직을 구성한다는 명분으로 지난달 5일 돌연 '온라인 임시회의'를 개최, 부회장 4명 전원과 감사 등 10여 명을 교체했다.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역사상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정기회의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시회의에서 해임 당한 이병찬 전 감사는 28일 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에 회원 20%의 찬성만으로 중요 안건을 통과시키는 단체가 어디 있나"라며 "유 회장은 122명의 자문위원 중 오직 43명(35%)만 참여한 '온라인 임시회의'에서 무리하게 '임원 선임' 밀어붙였다. 새 임원을 찬성한 위원도 27명에 불과했다. 전체 자문위원의 22%이면 10명 중 2명만 동의한 것인데 이들이 어떻21기 평통을 대표하는 임원이 될 수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약 20명의 자문위원들은 곧바로 '민주평통 토론토협의회 정상화 모임'을 결성, '독단적 단체운영 규탄'과 '회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자문위원들의 요구로 지난달 17일 처음 마련된 간담회에서는 '전 임원에 대한 사퇴 강요와 민주주의 원칙을 어긴 새 임원 동의 절차', '단톡방 일방 폐쇄', '감사보고서 미공개' 등 현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간담회가 진행된 두 시간 내내 참석자들 간 고성이 난무했으며, 회의 말미에는 한 여성 자문위원의 발언에 흥분한 유 회장이 삿대질을 하며 위원을 다그쳐 폭력사태로까지 번질 뻔 했다.


유건인 민주평통 토론토협회의회장이 지난달 17일 간담회에서 발언대에 나선 여성 자문위원에게 다가가 소리를 지르자 간사가 이를 말리고 있다.

송선호 자문위원은 "16년 동안 평통에 몸 담았지만 이번 21기 평통처럼 무질서하고 편법이 만연한 것은 처음"이라며 "임원들을 대거 해임시킨 문제도 회장이라면 사전에 해당 임원들을 만나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으니 이런 분란이 생긴 것이다. 현 집행부의 불통과 미숙한 협의회 운영이 상당히 아쉽다"고 꼬집었다.


박정렬 자문의원도 "10개월 동안 민주평통을 지켜봤지만 마치 독재 공산주의 단체같은 느낌이다. 민주주의가 실종된 민주평통이 된 것인지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대의정치의 기본원칙마저 철저히 무시 당했다"라며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자문위원 자격으로 당당히 유 회장에게 요구한다. 새 임원을 당장 취소하고 조만간 대면 회의를 열어 과반수 이상의 위원들이 모인 상황에서 다시 정당하게 임원을 선임하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유 회장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저버린 것과 토론토협의회의 권위를 나락까지 떨어뜨린 것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문위원들의 반발에 대해 유건인 회장은 최근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시회의는 평통 사무처의 자문을 받아 진행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라며 "반대하는 위원들은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반대자들의 허위사실 유포와 개인에 대한 비방이 계속 된다면 자문위원 해촉은 물론 법적인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평통 사무처의 미주지역과 권현진 주무관은 지난 20일 이병찬 전 감사에 보낸 답변서에서 "해외지역협의회 회의에 대한 의사 규정은 '해외지역협의회 운영규정'이라는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적용받는다"고 전해 유 회장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전례가 전혀 없는 것과 '임시회의'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비판, 그리고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 단 20% 찬성만으 임원을 동의받은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 회장이 밀어붙인 '새 임원의 의결 절차'는 상반된 법 조항이 혼란을 가중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토론토협의회가 속한 해외 지역회의의 표결방법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법과 그 시형령'에 명확히 규정돼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2조(의사) 통일자문회의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시행령 

제28조(표결방법) ①지역회의에서의 표결방법에 관하여는 법 제22조 및 제26조를 준용하되, 표결결과의 수만 계산하여 발표한다.


다시말해,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원이 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는 것이다.


반면 하위법인 운영규정에는 상위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항이 상존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지역협의회 운영규정 

제21조(의사) 이 규정에 의한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1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상위법인 '민주평통자문회의법과 그 시행령'에선 지역회의 표결방법을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 과반수 찬성 의결'을 규정했음에도, 하위법인 운영규정에선 '재적위원 3분의1이상 출석으로 개회, 과반수 찬성 의결'로 적은 것이다.


정상화모임 자문위원들은 "'3분의1이상 출석 개회' 조항은 단순히 '3분의1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성원조건이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다면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기관인 민주평통의 법 조항이 상위법과 하위법이 상충되도록 허술하게 제정됐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전 자문위원이 참가 대상인 '정기회의'에선 '과반 참석, 과반 찬성'으로 정하는게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부합하고 누가봐도 이를 동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토협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평통이끌었던 김연수 직전 회장도 '과반 참석, 과반 찬성이 맞다'고 답했다. 21기 자문위원이었던 김 전 회장은 최근 불거진 단톡방 논란으로 스스로 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민주평통 조직을 2년 동안 이끌어 갈 임원들을 뽑는 것은 21기를 통틀어 굉장히 중요한 안건이기 때문에 당연히 '절반 이상의 자문위원 참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이 마땅하다"라며 "3분의 1만 모인 상태에서 안건을 통과한다는 건 누가봐도 비상식적이자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한 것이다. 내가 회장을 맡았던 6년 간의 정기회의 역시 '자문위원 과반 참석, 과반 찬성'으로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임시회의에서 임원을 임명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운영매뉴얼 20페이지 '지역협의회 구성 및 역할' 항목에 따르면 부회장과 간사는 "협의회 '정기회의' 의결을 거쳐 협의회장이 임명"토록 명확히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렸던 21기 출범식이 말하자면 '정기회의'인데 그 당시 유 회장이 발표한 임원 명단을 과반이상의 자문위원들이 동의해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라며 "따라서 새 임원을 선출할 때에도 그 당시와 동일한 조건인 '과반이상의 자문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결하는 것이 적법하고 공정하다. 자문위원들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임시회의'에서 그것도 자문위원 3분의1 참석과 20% 찬성만으로 임원을 선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 회장은 지난 22일 배포한 답변서에서 "임시회의 또한 정기회의와 같은 회의"라 주장하며 '임원 동의 절차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한 주동자를 색출하려는 의도인 듯, '한국일보 방문 때 밝혀진 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들을 나열'하면서 '나머지 위원들이 누구인지 파악 중'이라고 적었다


이번 '인사 파동'을 강력 반발 중인 이병찬 전 감사는 "오는 9월 한국을 직접 방문해 서울에서 열리는 '전체 해외 지역회의'에서 정식으로 이 논란을 문제제기 할 것"이라며 "상충되는 법 조항에 대해 유관기관의 해석을 명확히 받고, 새 임원들에 대해선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유 회장의 전횡을 저지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감사는 "간담회 당시 유 회장은 평통 감사가 일반 회사의 감사 역할과 달라서 회장을 감시하는 것이 아닌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평통의 '운영비' 및 '통일활동사업비' 규정을 보면 감사는 '국민의 혈세'인 지역회의 예산에 대해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는 독립된 직책"이라며 "유 회장이 감사를 해임한 이유는 내가 지도부에 비협조적일 것이라는 이유 때문 아닌. 1분기 결산에 대한 감사도 2명 중 나 홀로 성실히 수행해 보고서까지 제출했는데 일 안한 감사는 그냥 두고 나만 짜른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자문위원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왜 굳이 3분의1만 모인 상태에서 그것도 온라인으로 무리하게 정기회의를 개최해 새 임원 임명을 밀어붙였냐는 것"이라며 "지금 한인사회에선 김정희 한인회장의 최측근인 조경옥씨가 평통을 장악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새로 수석부회장이 된 조경옥씨와 김정희 회장이 번갈아서 한인회와 민주평통의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정희 한인회장과 조경옥 이사가 한인사회를 잘 이끄는 인사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김정희 회장은 본인 딸을 한인회 이사와 행정실장으로 앉혀 심각한 이해충돌을 야기했고, 또한 언론에 공론화가 됐음에도 이제껏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정도로 공사구분이 없는 인물"이라며 "실제로 이분들이 공적인 한인회를 가족단체처럼 사적인 인연과 감정에 따라 마음대로 운영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는 구체적인 제보도 여러 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본 기자는 30일 조경옥 수석부회장에게 '민주평통의 인사파동 문제''한인회-평통 장악 시나리오' 등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토론토협의회의 화합을 위해 부회장직을 사퇴하고 새 임원 임명을 건의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 역시 그는 답하지 않았다.


정운용 전 수석부회장은 "자문위원들의 집단 반발지난 10개월 간 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유건인 회장 체제에 위원들의 축척됐던 감정이번에 폭발한 것"이라며 "장담하건데 122명의 자문위원 중 현 집행부에 불만을 가진 위원들이 절반 이상은 족히 될 것이다. 단체카톡방 문제도 일부 강성 발언자에 대해 회장단이 단호한 조치를 했으면 일단락 될 것을 단톡방 자체를 폐쇄한 건 굉장히 미숙한 조치였다. 가뜩이나 지도부의 불통때문에 자문위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에서 유일한 소통 창구마저 닫아버린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승식 자문위원은 "내가 여러 한인단체에 몸 담아 봤지만, 21기 평통 집행부처럼 회원들과 소통하지 않는 단체는 처음 본다. 또한 이번 논란으로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평통은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정신마저 무시해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한 단체로 전락했다"라고 토로했다.


"유건인 회장께 간곡히 요청드린다. 지금이라도 새 임원의 임명을 취소하고, 조만간 대면으로 만나는 정기회의를 개최해 임원 임명 안건을 다시 상정해 달라. 그래야 자문위원들은 그동안 유 회장에 각인된 불신과 불통의 이미지를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21기 평통은 2년 내내 분열과 반목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건인 회장을 향한 여러 자문위원들의 '외침'이자 '경고'다.


민주주의가 없는 민주평통이 더 이상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듯, 자문위원 의견에 귀를 닫는 민주평통 지도부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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