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6
밤마다 바다엔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검은 페이지가 수없이 뒤집혀도
갯바위 끝 한 점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멀리 떠 있는 배들도
그 빛을 나누어 노를 잡지만,
기단에 새겨 둔 새벽의 낙관 하나가
보이지 않는 항로를 끝까지 지켜 준다.
빛은 수천 갈래로 흩어지고
파도는 그 이름을 덮어 두려 해도,
서풍이 고요해지는 순간마다
서명은 다시 물 위로 떠올라 흔들리지 않는다.
만일 그 이름마저 지워지는 밤이 온다면
바다는 우리를 여전히 인도할까,
아니면 출처를 잃은 빛 속에
끝없는 표류만을 남길까?